에쓰오일 '초호황' 예고에도 어두운 표정 이유는..ESG경영 '뒷걸음질'

정제마진 강세에 2분기 영업익 전년비 148% 급증 사상최대
KCGS 'ESG 통합등급' 한 단계 하향..'울산 사고 여파' 현실화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7.13 14:58 의견 0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 12일 에쓰오일의 ESG 통합 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한 단계 내려잡았다. 사진은 에쓰오일 사옥 전경. [자료=에쓰오일]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초호황 성적표'를 예고한 에쓰오일이 좀처럼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의 강세로 파격적인 실적이 예상되지만 앞선 울산공장 화재 사고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타격을 입으면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지난 12일 에쓰오일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통합 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한 단계 내려잡았다. KCGS는 지난 4월부터 6월간 확인된 ESG 위험을 반영해 이 같은 조정을 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KCGS에서 발표하는 ESG등급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상장사에서 ESG와 관련해 발생 가능한 위험 수준을 직관적으로 파악함으로써 투자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에쓰오일의 이번 등급 하향은 울산 온산공장 폭발·화재사고의 여파로 풀이된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E)부문 등급이 기존 A에서 B+로 하향한 영향으로 통합 ESG등급이 내려갔다. 이에 안전 관리 부문에서 신뢰를 회복해 등급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사건은 지난 5월 19일 저녁 8시 51분께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의 보수공사 과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나면서 번졌다. 이 사건으로 하청업체 직원 1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원하청 직원 9명이 화상 등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는 중이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에쓰오일은 향후 등급 평가에서 더욱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앞서 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난 HDC현대산업개발도 신평기관으로부터 잇따라 신용등급을 내려 받은 바 있다. ESG 경영 측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신용평가도 "(에쓰오일의) 이번 사고로 인한 실질적인 공정 차질과 영업실적에 대한 영향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살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근심거리였던 신용등급 하향이 현실화했지만 실적 전망은 이와 정반대로 기대감이 커진다.

이미 에쓰오일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 1분기에도 분기 기준 최대치인 1조33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에쓰오일이 올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본다.

하나금융투자는 에쓰오일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한다. 본업인 정유를 포함해 전 사업부에서 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에쓰오일의 2분기 흑자 규모가 1조 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흐름에 신평사들도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을 지난달까지 연달아 올렸다. 하지만 산재 사고로 평가 분위기가 뒤바뀌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감돈다.

게다가 에쓰오일은 이번 사건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일 에쓰오일과 하청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고용부는 "인화성이 강한 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 폭발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블라인더' 등의 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에쓰오일 측이 정비 작업 때 이러한 안전조처를 충분히 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다"며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했다.

당국은 수사를 통해 에쓰오일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게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에쓰오일의) 당장 실적에 미칠 부정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ESG 경영이 산업계 전반의 핵심 트렌드로 부상한 시점에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에쓰오일이 호실적 행진에 힘입어 산재 리스크를 해소하고 ESG경영 확대 전략을 펼치며 안전부문의 신뢰 회복을 이뤄낼 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이고 원인 규명이 되면 다음 단계로 진행될 것"이라며 "계속해서 조사를 성실히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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