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황제주’ 등극..경영권 분쟁 2라운드, 장내 매수전 격화
임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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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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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 후 양측 모두 과반 지분 확보에 실패하면서 장내 매수 경쟁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가는 급등했다.
28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공개매수에서 최대 목표 414만657주 중 233만1302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자사주 9.85%(204만30주)를 확보했지만 베인캐피탈의 지분 확보는 1.41%(29만1272주)에 그쳤다.
현재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35.4%로 영풍·MBK파트너스의 38.47%와 격차를 좁혔다. 자사주 소각을 고려해도 양측 모두 40%대 초반으로 여전히 과반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에 대해 양측은 각기 다른 입장을 냈다.
고려아연 측은 "그동안 언론과 시장에 설명해온 유통물량이 합리적이고 정확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라며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다수의 주주들이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 주가 급등세..장내 지분 매입 계속될 듯
고려아연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87만6000원이었던 주가는 24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113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25일에는 전날보다 10.11% 상승한 125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경영권 분쟁 장기화와 추가 장내 매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양측은 장내 지분 매입을 통해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유통 주식 물량은 최소 6% 이상으로 추정된다. 양측은 이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영풍·MBK 연합은 2% 이상의 추가 지분 확보 시 승기를 잡을 수 있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MBK·영풍 측은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할 계획이다. 최 회장 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13명 중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연말 또는 연초에나 임시 주총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향후 2개월간 치열한 의결권 확보 전쟁이 예상된다. MBK·영풍 측은 장내 매입에 주력하고 최 회장 측은 자사주를 활용한 의결권 확대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은 유통 물량이 많지 않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양측 모두 추가 매입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 법적공방 계속..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하고 있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법적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 측을 상대로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MBK·영풍 측도 고려아연을 상대로 유사한 혐의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국가 기간산업을 보유한 기업인 만큼 장기화되는 경영권 분쟁이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향후 양측의 추가 행보와 국민연금의 결정 그리고 법원의 판단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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