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전환의 시기답게 분야별 글로벌 기업 순위도 역변 한다. 유수한 해외 기업과 경쟁 뿐 아니라 내수 시장 장악력 또한 잃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정기인사로 투영된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삼성, 롯데, LG, SK, CJ, 신세계,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표 기업들의 정기 인사와 사업 및 경영 계획을 토대로 2025년 성과를 가늠해 본다. -편집자 주-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신세계그룹이 2025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계열분리의 시작을 선포했다. 이로써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를 나눠 진두지휘하는 ‘남매경영’을 펼친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그룹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후 재계 순위 11위에 오르는 굴지의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내수 부진과 신사업 발굴 등 여러 과제에 직면한 만큼 턴어라운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본격적인 계열분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계열분리는 201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을 나눠 계열사 지분을 정리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아들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18.56%, 딸인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18.56%를 나눠줬다.
한국신용평가는 “금번 정기인사로 그룹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한 만큼 이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의 독립경영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독립경영체제 강화 과정에서의 계열사간 영업 연계 변화 가능성과 각 계열사의 사업추진 방향 및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완전한 계열분리 시간 걸릴 것”..이명희 총괄회장 지분정리 관건
업계는 신세계그룹의 완전한 계열분리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이명희 총괄회장의 지분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및 그 친족이 지분을 가진 경우 법인이 달라고 같은 그룹으로 묶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친족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총수의 상호 출자제한(상장사 3%·비상장사 10%)이 해소돼야 한다. 공정위가 올해 초 이명희 총괄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각각 10% 지분을 정리해 3%로 낮춰야 한다.
SSG닷컴의 공동 보유 지분 정리도 선결 과제다. SSG닷컴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은 지분 정리를 끝낸 상태다. SSG닷컴은 2018년 12월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법인이다. 이듬해 신세계몰을 흡수합병하면서 지금의 SSG닷컴이 됐다. 현재 SSG닷컴 지분은 이마트가 45.6%로 최대주주다. 신세계는 24.4%를 보유한 2대 주주 위치에 있다.
SSG닷컴의 지분 정리는 설립 당시 1조원대 투자에 나선 사모펀드의 콜옵션 이슈에 지난 6월 발목이 잡혔으나 풋옵션 조항 삭제에 합의하면서 연내 빠르게 신규 투자자 유치를 공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명희 그룹 총괄회장 보유 지분 승계작업, SSG닷컴 등 계열사 공동 보유 지분 정리 등의 선행 요건, 당국의 승인절차 등을 감안할 때 그룹이 신세계 계열과 이마트 계열로 완전히 분리되기 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지분 정리는 관망이 필요하나 분리 경영에 따른 각 회사별 경영 기조 변화 가능성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SSG닷컴 지분 보유는 단기적으로 현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리틀 이명희’ 정유경, 신세계 턴어라운드 숙제..김홍극 대표 구원투수로
신세계에그룹은 1993년 이마트 첫 출범과 함께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정유경 회장 주도로 MD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명희 총괄회장의 경영 기조를 이어받은 절제된 경영을 펼쳐왔다는 평가다.
정유경 회장은 2015년 (주)신세계 총괄사장을 역임하며 신세계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 대전, 광주를 중심으로 해당 상권 대표 백화점을 키우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주요 신사업에 투자해 2016년 대비 백화점부문 전 계열사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을 모두 2배 이상 키웠다.
다만 최근 내수 부진에 부딪히며 본업인 백화점 부문 턴어라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는 3분기 연결 기준 총 매출액은 2조7089억원으로 4%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9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5% 감소했다.
신세계의 실적 회복을 이끌 핵심 인물로는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가 거론된다. 이번 정기인사로 김홍극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 대표를 겸직한다.
김홍극 대표는 1996년 이마트 입사로 그룹의 일원이 된 뒤 MD(상품기획)기획담당·신채널MD팀장·MD전략담당·상품본부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김 대표는 이마트의 첫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를 탄생시킨 인물로 알려졌다. 또한 신세계라이브쇼핑 이어 지난 2023년 신세계까사 대표로 부임해 흑자전환으로 이끌며 정유경 대표의 ‘믿을맨’으로 불린다.
신세계 측은 “기존 윌리엄 김 대표는 패션에서, 신임 김홍극 대표는 뷰티&라이프에서 역량을 잘 발휘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인사”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최근 어뮤즈를 인수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 모멘텀을 확보했고 코스메틱 사업에서 다양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올 한해 ‘신상필벌’ 기조 아래 수신인사를 단행한 만큼 내년에는 ‘안정’에 방점을 찍는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본업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어준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이마트24대표에 송만준 이마트PL/글로벌사업부장을, 신세계푸드 대표에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을 내정하면서 내부 인사로 변화도 가져간다. 이마트 3분기 실적은 분기 경과 후 45일 기간을 다 채워 공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