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내년 본격적인 금리인하기를 맞아 그동안 고금리 혜택을 누리던 금융지주들의 성장 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다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에 따른 각종 지표에 대한 전사적인 노력과 비이자이익 증대가 맞물려 내년에도 이익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증권가의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를 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내년 연간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총 17조7397억원이다. 올해 사상 최대치 경신이 유력한 당기순익 추정치 16조9245억원 보다 4.82% 증가한 규모다.
지주별로 보면 ▲KB금융 5조3931억원(전년대비 6.47%↑) ▲신한금융 5조1435억원(5.88%↑) ▲하나금융 3조9706억원(2.62%↑) ▲우리금융 3조2325억원(3.20%↑) 등이다.
내년 금리 하락이 본격화됨에도 불구하고 주요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이익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이다.
■ 금리 하락기 NIM·대출성장률 저하 기정사실
증권가에서도 금리 하락에 따른 NIM(순이자마진) 하락, 가계대출 규제에 대한 대출 성장세 저하는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NIM은 은행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지표이며 금리에 연동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금리가 하락할 경우 NIM이 하락하며 은행 수익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 연구원은 내년 기준금리 75bp 인하를 전망하며 은행 평균 NIM이 14bp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반적으로 NIM 추이는 시장금리와 동행하며 금융시장 레버리지 확대가 없다면 대출성장률은 명목GDP(국내총생산) 성장률에 수렴한다”며 “내년 금리, 실질GDP와 물가지수 모두 올해보다 약세가 전망돼 은행 NIM과 대출성장률 모두 개선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의 전제 조건으로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를 제시했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전까지 집값 안정이 확인될 때까지 가계부채 관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은행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저성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밸류업 모멘텀과 비이자이익 개선세 유효
그럼에도 증권가에서 금융지주·은행의 이익 성장을 점치는 이유는 밸류업 관련 모멘텀과 비이자이익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앞서 4대 금융지주 모두 밸류업 계획 발표를 완료했다. 지주별로 세부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자기자본비율(ROE)과 CET1 비율을 각각 10%, 13% 수준으로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총주주환원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준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보통주자본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을 합산한 것이고 RWA는 자산의 위험도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모두 금융사의 수익성·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핵심 지표 관리에 대한 전사적 노력이 금융지주의 이익 체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고수익 포트폴리오 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하나금융 연구원은 “과거 대출 고성장기에도 경쟁 등에 따른 NIM 하락 등으로 총자산대비 순이자이익률이 확대된 경우는 많지 않았으며 이익 및 ROE 개선은 주로 대손비용 감소에 기인한다”며 “당분간 톱라인(매출) 성장보다는 판관비와 대손비용 등 효율화가 이익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금융지주의 역대급 실적 달성에 기여한 비이자이익 성장세도 내년 더욱 가팔라 질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 규모는 ▲KB금융 3조8446억원 ▲신한금융 2조9423억원 ▲하나금융 1조8049억원 ▲우리금융 1조3781억원 수준으로 파생상품 거래 손실로 역성장한 신한금융을 제외하면 증가율이 12%를 넘는다.
우도형 연구원은 “비이자이익은 기준금리와 음의 상관관계에 있다 판단되며 기준금리가 하락할 경우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은 개선될 것”이라며 “금리인하기에는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크게 개선되며 기존에 반영된 해외대체투자관련 평가손실 역시 기저효과로 작용하며 개선 폭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준섭 연구원도 “금리 하락과 자본시장 회복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과 수수료 수익 증가, 계열 증권사의 기업금융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금융지주 5사 실적 내 비이자이익 비중은 올해 19.2%에서 내년 20.2%로 상승이 예상되며 비이자이익 중요성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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