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스톡옵션 리스크까지..카카오뱅크, KB금융에 시총 1위 내줘
상장 이후 최저가 경신..KB금융에 시총 역전
3분기 실적 시장 기대치 밑돌아..성장성 의문
잔여 스톡옵션 267만주..먹튀 방지 안정망 부재
내달 보호예수 물량 대거 풀린다..지분가치 희석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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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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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카카오뱅크가 상장 5개월 만에 KB금융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최근 실적이 부진한 데다가 관계사인 카카오페이에서 촉발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리스크가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만9350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 최저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8조344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23조449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같은 날 시총이 24조9485억원으로 늘어난 KB금융에 상장 후 처음으로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준 셈이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 들어 연일 내리막길을 걸었다. 3분기 순익이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면서 카카오뱅크의 미래 가치를 높이 평가했던 투자 심리가 한 풀 꺾인 탓이다.
카카오뱅크 지난 3분기 실적은 52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31.8% 밑돌았다.
게다가 최근 카카오그룹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리스크도 하락세를 더욱 부추겼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카카오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된 이후 임원들과 함께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900억원어치를 팔아 수백억원대 차익을 거뒀다.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휩싸인 류 대표는 결국 지난 10일 자진사퇴했다.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행사 후 모기업인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의 주가는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카카오 계열사의 잔여 스톡옵션이 또 다시 대거 풀릴 것을 우려해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도 카카오페이와 마찬가지로 지난 2019년 3월 장기 보상 시스템으로 임직원들에게 520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중 절반 가량이 행사됐고 상장 당시 기준 잔여 스톡옵션 주식 수는 267만2800주가 남았다.
윤호영 대표는 52만주, 김주원 카카오 부회장 40만주,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 22만4000주,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 3만5000주, 유호범 내부감사책임자 4만주, 김석 위험관리최고책임자 3만5000주,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 7만주, 고정희 최고서비스책임자 7만주, 직원 135명이 127만8800주를 각각 남겨두고 있었다.
이 중에서 윤호영 대표와 김주원 부회장, 고정희 최고서비스책임자를 제외한 나머지 임원들은 유가증권 시장 상장 후 소유한 스톡옵션 절반가량을 매각하면서 이미 투자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스톡옵션 먹튀 논란 당사자인 카카오페이는 향후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카카오뱅크는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주가 희석 우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상장 후 6개월 의무보유 물량 1326만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다음 달 초 종료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해 보호예수기간 1개월이 종료된 물량이 쏟아졌을 때 6%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모가를 크게 상회한 주가 상승률덕분에 락업(Lock-up) 물량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그 중 6개월 물량이 37%로 가장 많아 한껏 오른 주가 레벨에 수급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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