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고환율 여파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SOS’를 요청했다. 일단 시중은행들은 수출입기업의 외화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금융지원에 나섰지만 조만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상생금융’ 방안을 내놔야 하는 등 사회공헌 압박이 누적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으로 운영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입기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섰다.
지난 17일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었다. 신한은행은 신용장 만기가 도래하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만기연장 기준을 완화했다. 또 환율 상승에 따라 일시적 결제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여신지원을 확대했다.
지난 13일 운영을 시작한 ‘기업고충 지원센터’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세무, 회계, 외환, 법률, 마케팅 컨설팅 등 금융·비금융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하루 뒤 수입신용장 대금 결제일을 특별 연장하는 등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모니터링해 추가 지원방안도 시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수천억원의 금융지원 규모를 확정해 보다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수출기업에 무역보험공사 보증서 담보대출 총 2700억원을 공급한다. 수입기업에는 ▲외화 여신 사전한도 부여 ▲신용장 개설·인수수수료 최대 1% 우대 등을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자금 수요에 대비할 수 있게 한다.
본점에 수출입거래 지원을 위한 전담팀을 가동해 맞춤형 상품 컨설팅과 ▲여신한도 및 금리 우대 ▲환가료 우대 ▲환율 우대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총 5000억원 규모다.
하나은행은 기업 당 최대 20억원, 총 3000억원 규모의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또한 최대 3000억원 규모로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보증부 대출 취급시 금리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이 앞 다퉈 수출입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전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협조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업금융 상황점검회의’에서 은행권에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 우려를 고려하여 기업들의 외화결제 및 외화대출 만기의 탄력적 조정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435.5원)보다 16.4원 오른 1451.90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오르자 원자재나 원재료를 수출입하는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날 기업금융 상황점검회의에서도 한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채 보다는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중소기업 대상 저리대출 확대, 금리‧보증료 우대 등 지원이 필요하다”며 은행권의 지원을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기업금융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의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 도입을 연기하는 등 규제 완화책도 내놨다. 다만 그러면서 시중은행들에게 내년 업무계획 수립 시 실물경제 안정을 위한 역할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은행권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기업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지만 과도한 ‘역할론’에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자본건전성과 실적 악화 우려가 큰데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역할까지 떠맡으면서다.
올해 2조1000억원이 투입된 ‘상생금융’도 연례화돼 조만간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날 은행연합회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금융당국과 협의해 소상공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면 12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지원 규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 경기 침체나 불경기 여파로 은행권에 대출 완화와 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한계기업들이 줄도산하면 은행 입장에서도 건전성에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상황이 복잡해 내년 금융 정책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면서도 “횡재세가 됐든 상생금융이 됐든 은행 돈을 걷어 해결하려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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