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 나홀로 ‘늦깎이’ 점포 폐쇄..내달까지 38곳 지점 더 문 닫는다

내달 영업점 38곳 일제히 통폐합..연간 점포 폐쇄 40곳
타행들 점포 폐쇄 주춤하는데 나홀로 확대
“점포규모화해 기업금융·WM·플랫폼 경쟁력 확보 차원”
전국 최대 점포망 보유..“지방 배려하되 도심 지점은 효율화”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1.19 10:55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그간 전국 최대 점포망을 유지해온 NH농협은행에서 본격적인 점포 폐쇄 움직임이 감지된다. 기업금융·자산관리(WM)·플랫폼 등 미래 핵심사업 경쟁에서 다른 시중은행에 더 이상 밀려서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에 깔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내달 13일과 31일 영업점(출장소 포함) 38곳이 인근 영업점에 통폐합된다.

NH농협은행 본점 (자료=NH농협은행)

지역별로는 서울이 8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 6곳 ▲부산 3곳 ▲대구 2곳 ▲대전 2곳 ▲광주 2곳 ▲충북 2곳 ▲충남 2곳 ▲전북 2곳 ▲경북 2곳 ▲경남 2곳 ▲인천 1곳 ▲울산 1곳 ▲세종 1곳 ▲전남 1곳 ▲강원 1곳 등으로 통폐합 예정 점포가 전국에서 골고루 포함됐다

이로써 농협은행이 올해 폐쇄했거나 폐쇄 예정인 점포 수는 총 40곳으로 늘어난다. 앞서 지난 7월 전북 전주시 태평동지점을 전주완주시군지부에, 10월에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지점을 남수원지점에 통합한 바 있다.

농협은행이 한 해 동안 전국 영업점 40곳을 잇따라 통폐합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4월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해 내실화 방안을 내놓은 뒤 점포 폐쇄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한 농협은행은 은행권의 점포 통폐합 흐름 속에서도 영업점 수를 그대로 유지해왔다.

실제로 2020년 말 1122곳이던 농협은행의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1101곳으로 큰 변화가 없었고 올 상반기 기준 1103곳으로 오히려 2곳이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영업점 수는 970곳→797곳, 신한은행 860곳→716곳, 하나은행 649곳→601곳, 우리은행 821곳→703곳 등으로 대폭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이는 농협은행의 설립 취지 자체가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인과 고령층 고객이 많은 농협은행 특성상 지방 소재 영업점을 대폭 줄이기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비대면 플랫폼 경쟁력이 심화되고 있고 미래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점포 효율화 측면에서 내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지난해 취임사를 통해 “핵심사업인 여·수신 사업은 금리와 같은 경영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비이자 사업에 대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며 투자금융 경쟁력 확보와 기업금융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점포규모화 및 업무집중화를 통해 미래핵심사업인 기업금융, WM 플랫폼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는 조직 및 인력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점포 통폐합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통폐합 예정 목록에 오른 지점 중 일부는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을 함께 취급하는 금융센터다. 이번 통폐합을 통해 인력과 규모가 확대된 지점들 중 일부는 내년 금융센터로 전환이 예정돼 있다. 일반지점과 달리 금융센터는 여신팀, 수신팀과 기업여신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업금융전담역(RM)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기업금융 업무가 가능하다.

농협은행이 점포 운영을 효율화하는 기조로 돌아선다고 해도 농촌·농업 지원이라는 원칙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폐합 예정 목록에 포함된 지점 대부분은 도심 점주권 내 중복점포들이다. 상대적으로 영업실적이 저조한 농촌 지역의 점포들이 통폐합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지역적인 안배가 이뤄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수도권 점포 자체가 많지 않고 지방 고객의 편의성을 타행에 비해 많이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방 지점에 대해서는 점포망을 유지하되 도심 지역의 지점은 규모화해서 영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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