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배만 채워" 책임경영 발목 카카오페이..4대 금융지주 임원은 자사주 매입 바람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먹튀 논란에 자진사퇴 결정
카카오페이 임원들, 상장 한달 만에 수백억대 스톡옵션 행사
4대 금융지주 주요 임원, 책임경영 차원 자사주 매입 러시
주주가치 제고 신호탄..4대 금융지주, 대대적 주주환원 정책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1.11 11:55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카카오페이가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4대 금융지주 경영진들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연말연초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주환원정책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백억원대 스톡옵션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전날 자진 사퇴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25일 카카오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됐지만 이후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카카오페이 상장 약 한 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이라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카카오페이 측은 “공시된 지분매각은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의 일부를 행사한 것이고 보유 중인 스톡옵션을 전량 행사해 매각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각은 시장에서 악재로 인식된다. 회사 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영진의 공시 매각 전날 20만8500원이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10일 종가기준 14만85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페이 투자자들은 “상장한지 얼마나 됐다고 대표가 스톡옵션을 행사하냐”, “대표와 경영진 배만 채워준 꼴”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카카오페이 대표로 내정된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은 지난 4일 사내 간담회를 열고 “상심이 크셨을 주주와 크루 등 이해관계자 분들께 사과드린다”면서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및 주식 매도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 경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사과했지만 류 내정자의 사퇴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해 시가총액 110조원으로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한 카카오페이이지만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가 성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는 4대 금융지주 경영진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활발하게 사들이며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4대 금융지주 주요 임원들이 지난해 12월 이후 매입한 자사주는 총 9825주다. 우리금융 5000주, 신한금융 2256주, 하나금융 1900주, KB금융 400주 순으로 많았다.
여기에 이번에 선임되면서 신규 보고한 임원들의 자사주 보유분까지 합하면 연말연초 공시된 자사주 물량 총 2만710주까지 늘어난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발행주식 총수 대비 미미한 수준으로 주가 부양 효과는 없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 경영진이 회사의 미래 성장가치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조승빈·김지윤·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자사주 매입은 기업가치 저평가 신호 효과, 유통 주식 수 감소 등으로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며 “실제로 2012∼2021년에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코스피 기업을 대상으로 발표일 이후 주가 수익률을 산출한 결과 평균 12.5%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도 “영업을 잘해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실적을 거두고 펀더멘털을 높여야 시장에서 올바른 평가를 해주는 것 아니겠냐”면서 “회사 경영진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자기 돈 챙기기에 급급하면 개인 투자자와 기관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4대 금융지주는 올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대대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