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오픈AI, 고도화 경쟁 점화..국산 AI 현주소는

제미나이 2.0 출시에 ‘o3’로 응수..특화모델 중심 니치마켓 탐색

변동휘 기자 승인 2024.12.23 14:09 의견 0
오픈AI와 구글 등의 AI 고도화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자료=로이터/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변동휘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전장이 고급추론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 고도화된 모델을 잇따라 선보이며 AGI를 향한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반대로 국내 기업들의 경우 거대모델보다는 중소규모 특화 모델에 주력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규모의 경쟁을 벌이기 힘든 환경인 만큼 틈새를 노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구글과 오픈AI 등에 따르면 최근 각사는 고도화된 AI 모델을 속속들이 선보이고 있다. 구글의 경우 지난 11일 ‘제미나이 2.0’ 플래시 버전을 출시했으며 오픈AI는 20일 새로운 모델 ‘o3’를 공개했다.

이들 모두 향상된 추론 능력을 특징으로 한다, ‘제미나이 2.0’은 주요 벤치마크에서 종전 모델인 1.5 프로보다 2배 빠른 속도를 보여줬으며 ▲네이티브 이용자 인터페이스 액션 기능 ▲멀티모달 추론 ▲긴 컨텍스트 이해 ▲복잡한 명령 수행 및 계획 ▲구성 가능한 함수 호출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오픈AI가 공개한 ‘o3’는 지난 9월 출시한 모델 ‘o1’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추론 능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응답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도록 훈련됐으며 작업을 추론하고 계획할 수 있다. 물리학·과학·수학 등의 분야에서 더 신뢰할 수 있으며 특정 조건에서는 AGI(범용인공지능)에 가까워졌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메타는 내년에 ‘라마4’를 출시할 예정이다.

빅테크의 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다소 뒤처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글로벌 73개국의 AI 역량을 평가한 ‘AI 성숙도 매트릭스’ 보고서에서 한국을 2군 격인 ‘안정적 경쟁국가’로 분류했다. ‘선도국가’로 분류된 나라들은 ▲미국 ▲영국 ▲중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5개국이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 규모로 인해 격차가 빠르게 벌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따르면 MS·구글·아마존·메타·애플·엔비디아 등 6대 빅테크의 합산 R&D 지출규모는 지난 2015년 510억달러(약 74조원)에서 지난해 2387억달러(약 346조3775억원)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비중 또한 10%에서 14%로 커졌다.

이들 중 아마존이 연평균 587억달러(약 85조1796억원)로 R&D에 가장 큰 비용을 투입했다. 이는 일본이나 영국 등 주요국의 1년치 과학기술 R&D 예산보다도 큰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네이버의 연구개발비는 연결 기준 약 1조9926억원이었으며 카카오는 1조2236억원을 R&D에 투입했다. 매출 대비 비중은 각각 20.6%, 16.2%였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체급 차이가 현격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각사의 목적에 맞춰 모델 규모 등을 효율화하고 특화 서비스 중심으로 개발 및 사업화하는 흐름이 관측된다. 네이버의 경우 자체 개발 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검색과 커머스 등 주력사업에 AI를 접목하는 한편 중동 쪽으로 눈을 돌려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카카오는 통합 브랜드 ‘카나나’를 중심으로 10종 모델 라인업과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어 처리에 특화된 고성능과 투명성 및 비용 효율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통신사들의 경우 글로벌 협력을 바탕으로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의 경우 ▲가우스랩스 ▲람다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펭귄솔루션스 등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AIDC부터 글로벌 PAA 서비스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KT는 MS와 손잡고 한국형 소버린 AI 및 퍼블릭 클라우드를 구축해 공공 부문 등을 공략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도 AI 기반 응용서비스에 집중해 지난 11월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를 출시했으며 AI 에이전트 개발을 위해 구글과 협력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개발 경쟁의 패러다임은 효율적인 설계 개선과 연구개발 역량 등 인적 경쟁력에서 대규모 자본의 싸움으로 옮겨진 지 오래”라며 “규모 면에서 글로벌 빅테크와의 직접 경쟁이 어려워진 만큼 각사의 노하우와 사업 역량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역시 보고서를 통해 “AI 경쟁국가들의 경우 틈새시장에 주목해 효율성 제고나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AI 활용 방안을 탐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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