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삼양식품이 해외공장 설립에 나선다. 그간 국내 생산을 고수해왔지만 수출 물량 상승으로 생산 케파가 수요를 뒤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삼양식품은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중국 생산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공장을 건설해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중국 상하이 인근 위치한 저장성 자싱시 식품산업단지에 현지 내수를 소화할 수 있는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해외공장 설립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확대하고 수출량을 늘리고 있다. 더불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해 미국 내 공장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김정수 부회장은 중국을 선택했다.
■ 삼양 싱가포르 유한회사 우선 설립..中서 자금조달
삼양식품은 중국생산법인을 세우기 위해 해외사업 총괄법인인 삼양 싱가포르 유한회사를 647억원 출자해 우선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중국생산법인은 삼양 싱가포르 유한회사가 지분 90%를 소유하는 형태로 자금을 투입한다. 해당 자금은 삼양식품이 보증을 서고 현지 은행에서 차입을 끌어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출자금과 공장 건립에 투입될 자금은 2014억원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싱가포르 법인 설립은 ▲간소한 절차 ▲최소의 정부 규제 ▲낮은 세율 ▲신설 법인 세제 혜택 등으로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 내 경기부양을 위해 꾸준히 금리를 내리고 있어 차입금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측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거점 역할로 중국생산법인 설립 투자 목적”이라며 “중국 공장은 수출이 아니라 중국 내수 시장에서 판매할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식약처가 한국산 라면 등 즉석면류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에틸렌옥사이드(EO) 관련 시험·검사성적서 요구 조치를 해제하면서 인니 시장에 대한 수출 규제가 완화되자 현지 법인을 세워 직접 유통한다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싱가포르 법인은 아시아 지역 내 설립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는 해외법인들의 지주사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비중 여전히 높아..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예의주시
삼양식품 해외수출의 선봉에는 있는 ‘불닭’ 브랜드는 상반기에만 5500억원 해외매출을 창출한 데 이어 올해 1조원 매출이 전망된다. 해외에서만 4800억원이 판매되면서 글로벌 메가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삼양식품은 유럽의 무역 중심지로 꼽히는 네덜란드 노르트홀란트주에 유럽 판매법인을 세웠고 미주·유럽 등으로 인기가 확산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중국 시장은 불닭의 최대 시장이다.
중국은 삼양식품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중국에서 훠지멘(火鷄麵)이라는 이름으로 인기가 높다. 삼양식품 측은 중국에 공장을 건립하면 14억 인구를 겨냥해 제품을 현지화하는데도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간 중국 수출용 생산을 담당했던 밀양1공장 케파를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수출용 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설립할 중국 공장은 연간 6억9000개 라면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밀양2공장과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공장이 완공되면 삼양식품의 연간 라면제조 생산규모는 33억~34억개 수준으로 늘어난다. 공장 가동 시기는 주력 제품인 '불닭볶음면'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2027년이 목표다.
그간 삼양식품의 국내 생산 기조를 고려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테스트를 거쳐 시장 검증을 완료한 후 현지 생산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도 해외생산공장 후보로 검토됐으나 환율 상승세와 더불어 인건비 등 제반비용의 상승이 부담스럽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당분간 살펴본다는 의중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 두 나라에 해외공장 설립에 대해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 성장세도 가파르지만 아직 진출한 지 1년반 정도밖에 되지 않은데다 효율성과 비용 등 여러 면을 따져보고 내린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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