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없이 의무 독박”..공인중개사 설명의무 강화 실효성 논란

공인중개사 의무 설명에 임대인 체납 내역·선순위 보증금 내역 포함
임대인 말에만 의존, 제도 개선 요구 목소리↑
“임대인 정보 제공 의무 강화해야”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7.08 11:17 의견 1
오는 10일부터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공인중개사들은 앞으로 계약 시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체납 세금, 선순위 보증금 등 사전 설명을 해야한다. 이 가운데 공인중개사 의무는 강화됐지만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권리는 없어 제도의 실효성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8일 한 부동산 관계자는 “곧 공인중개사들이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을 더 자세하게 하도록 바뀐다”며 “문제는 의무 설명 내용이 공인중개사가 자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내용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공인중개사 의무를 강화한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오는 10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인중개사는 임대인 체납 세금과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 최우선 변제금 등 선순위 권리관계를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 내용은 반드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쓰고 공인중개사, 임대인, 임차인 모두 서명해야 한다.

관련 설명을 공인중개사가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6개월 이내 자격정지, 최대 500만원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문제는 1명의 임대인이 소유하고 있는 다가구 주택일 경우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과 최우선 변제금을 객관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임대인의 국세와 지방세 미납 내역 등 세금 납부 정보도 공인중개사가 열람할 수 없다. 모든 사항을 임대인이 구두상 알려주는 내용에 의존해야 하지만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한 공인중개법인 대표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건물에 대한 정보 공개가 강화됐다는 점은 각 지회 공인중개사들 의견만 들어봐도 건설적인 부분이라고 동의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임대인이 알려주지 않는 정보 또는 거짓정보를 가지고 공인중개사가 설명해야만 한다는 점은 또 다른 제도의 사각지대로 남는다”라고 지적했다.

임대인이 임차인과 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공인중개사나 임차인에게 확정일자, 세금 납부 등 정보를 제공하거나 열람을 동의할 의무가 없다는 게 문제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3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계약을 체결할 시 임대인 관련 정보 제공은 의무화됐다. 하지만 본계약서를 쓰기 전 계약 유무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임차인들이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야만 제도가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본계약이 진행될 때만 임대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체납, 선순위 보증금 등 내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 때 예비 세입자가 본계약 단계에서 계약을 포기할 시 가계약금 반환 여부도 갈등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임대인이 한 말만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 제공의 모든 책임은 공인중개사가 지게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임차인을 위해 건물 관련 선순위 보증금 정보에 한해서만이라도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을 때 의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관리비 꼼수 인상이 많아지면서 관리비 관련해서도 총액과 부과 방식, 세부 내역을 공인중개사가 설명하게끔 바꼈다. 하지만 이 또한 집주인 협조가 없을 시 객관적인 관리비 부과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임대사업자 건물에 한해서만이라도 향후 임차인에게 피해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은 별도로 자료를 제공하게끔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공인중개사는 “보통 임대사업자들은 한 지역에 여러 채 건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건물을 관리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임대인에 한해서만이라도 모든 정보를 제공하게끔 고지를 해야 공인중개사도 협조를 얻기 용이해지고 다시 임차인에게 전달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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