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열차 '상생임대인', 이면계약해도 세입자 유리?

전월세가 5% 이내 증액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 보는 상생임대인
연장 여부 모르는 상황에서 이면계약 제시하는 상황도
일부 임대인 “주택 처분 계획 없으면 실효성 없어"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4.18 10:17 의견 0
서울 빌라 밀집촌 전경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A씨는 4년 전 직장과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집을 옮겼다. 그런데 해당 빌라가 있는 집 시세가 이전에 비해 높아진 상태다. A씨는 계약갱신청구권까지 모두 행사한 상황이다. 이에 계약연장 유무와 월세가 얼마나 상향될지 예측이 불가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주인이 해당 집에서 조금 더 살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월세를 받겠다고 먼저 연락해 와 A씨는 마음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것은 그 다음부터였다. 며칠 뒤 집주인이 이면계약을 먼저 제안해온 것이다. 집주인 말에 따르면 시세가 올랐으니 5% 이내 증액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5% 이내로 규정하고 '이면계약'을 통해 7% 증액을 하자는 게 집주인의 주장이었다. 집주인 말대로라면 7% 증액도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하기 때문에 A씨 손해는 아니라는 말을 건네왔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이와 같은 이면계약을 원하는 집주인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상생임대인 제도' 때문이다. 이 제도는 2021년 12월에 처음으로 시행됐다. 2021년 12월 20일부터 2024년까지 해당 기간 중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 한한다.

이 제도는 직전 계약 대비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한 임대 물건일 경우, 해당 임대인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집주인들에게는 '절세'를, 임차인들에게는 저렴한 '월 임대료'라는 장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는 정부에서 양도세의 핵심인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다주택자에게 제공하면서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기존대로라면 취득 당시 '조정대상지역'에 위치한 주택일 경우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 '2년 거주기간'을 확보했어야 하지만, 상생임대주택 제도를 활용하면 거주기간을 충족하지 않아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즉 실제로 집주인이 해당 매물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거주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처음 이 제도가 시행될 당시에는 임대를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주택 공시가액이 9억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여야 했다. 이를 충족한다 해도 2년 중 1년의 거주기간만 인정해줬었다. 이후 2022년 8월 법이 개정되면서 주택 공시가격 기준이 사라지고, 거주기간도 2년 모두 인정해주는 것으로 혜택이 확대됐다.

다주택자일 경우,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거주요건 2년은 양도 시점에 1세대 1주택인 경우 적용된다. 즉 다주택자도 상생임대주택 양도 시 반드시 1주택자로 전환해야 거주요건 2년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가 있지만, A씨는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A씨는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같은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이 제도가 임대료를 5% 이하로 인상해준 착한 임대인에게 세제혜택을 주면서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시키는 목적인데, 혜택을 받으려고 이면계약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도 억울한 마음에 다른 집으로 옮길까도 했지만 최근 월 임대료가 100만원을 쉽게 넘는 시장 상황에서 7% 인상을 해도 주변 시세보다는 저렴해 그냥 있는 쪽을 택했다고 전했다.

대학가 원룸 전단지 (자료=연합뉴스)

실제 최근 전세사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월세 시장을 택하는 세입자 수요가 많아지면서 월세 가격이 대폭 올랐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서울 연립·다세대(빌라)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72.8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평균 월세 69.5만원보다 4.8% 상승한 수치다. 이어 지난해 2분기 74만원, 3분기 71.6만원, 4분기 72.8만원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면계약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사실 정규계약 시점에는 임차인과 임대인을 제외하고는 알기 어렵다"며 "임차인 입장에서도 제도에 대해서는 숙지하고 있지만,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제시하는 임대인의 제안을 마냥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까지 전월세 계약이 체결돼야 상생임대주택 제도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A씨 집주인과 같이 임대차 합의를 보려는 집주인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상생임대주택 제도가 더 연장될 지 모르겠다"며 "일단 월세를 당장 올려받는 것보다 해당 주택을 매도했을 때 절약할 양도세 비과세액이 크기 때문에 상생임대차계약을 적법하게 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임대인 중에서는 다주택자들이고 내야 할 세금이 많다 보니 월세 증액분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다만, 나라에서 상생임대인에게 특례를 주는 것은 시세차익을 보지 못하는 임대인들에 대한 보상이기도 한 만큼 이면계약은 불법이라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생임대인 제도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임대인들의 불만도 함께 나온다.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상생임대인 제도를 활용하는 B씨는 "주택을 취득하고 이 집을 양도하는 시점에 1주택만을 가진 상태로 1주택 비과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주택 처분 생각이 없는 임대인들에게는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세입자들도 직장이나 학업을 이유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나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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