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KB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은행 수장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올 들어 반복된 대형 금융사고와 지배구조 이슈가 증인 채택 사유가 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10일 열릴 금융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을 채택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명단에 있었지만 야당에서 이 행장이 아닌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출석을 요구하면서 추후 협의를 통해 소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양 회장은 같은 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미 증인 채택이 확정된 상태다. 양 회장은 오는 15일 열리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및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은행권 수장이 국감 증인대에 오르는 것은 2년 만이다. 지난 2022년 국감 때 5대 시중은행장이 출석해 잇단 금융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듬해 국감에는 행장 대신 준법감시인이 소환됐다. 은행 내부통제 업무의 최일선 실무자인 준법감시인의 책임감 있는 답변을 들어 보고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행장과 준법감시인의 연이은 사과와 내부통제 강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자 이번에는 금융지주 회장이 국감 타깃이 됐다. 만약 소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현직 금융지주 회장의 국감 출석은 유례없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감에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사상 최초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사유로 불출석하면서 최종 불발됐다.
올해 정무위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불러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 관련 책임을 묻는다. 앞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에게 350억원 가량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경영진이 부당대출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당국에 알리지 않았다며 책임론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부당대출을 제외하고도 임 회장 재임 기간 우리은행에 횡령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정무위 의원들의 질타가 예상된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잇단 금융사고가 국감 소환의 빌미가 됐다. NH농협은행에서는 올해만 총 10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이중 1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만 4건, 피해액은 345억원에 달한다.
특히 금감원 검사 결과 내부통제 실패의 원인으로 제기된 농협금융의 복잡한 지배구조 특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의 전문성 없는 인사가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함으로써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해진 것으로 보고 개선을 주문한 상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우선 콜센터 노동자 처우 관련 증인으로 환노위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무위는 KB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해외 투자 손실과 관련해 양 회장의 증인 채택을 추진 중이다. 당초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증인 명단에 올랐지만 야당의 반발로 재논의가 추진된다.
지난 30일 진행된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가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면서 자본잠식, 영업손실 등 수조원대 손실이 났고 그로 인해 국부가 유출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그런데 은행장은 투자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사람이다. 투자결정의 권한을 갖고 있는 양종희 회장을 증인으로 변경해서 의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2018년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자산규모 19위인 중대형 은행 부코핀은행(현 KB뱅크) 지분 22%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유상증자를 거쳐 지분율을 67%까지 올려 현재는 최대주주다.
하지만 인수 후 부코핀은행은 2019년 56억원, 2020년 434억원, 2021년 2725억원, 2022년 8021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505억원 손실로 적자폭을 줄였으나 올해 상반기 1868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무위는 추후 종합감사 등에 양 회장을 비롯해 추가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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