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은 중개사·권리금은 행정사가?..“현장 반영 못하는 탁상행정”

대법원 “공인중개사, 권리금 계약서 작성 위법”
공인중개사들 “현실감 없어, 소비자 번거로움↑”
전문가 “임대차계약법 만들어질 때 공인중개사법도 함께 개정했어야“

박세아 기자 승인 2024.06.26 10:34 의견 11
지난 4월 행정사가 상가 권리금 계약서를 쓰는 게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세아 기자] 행정사가 상가 권리금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와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권리금 계약서를 대신 작성하고 수수료를 받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대법원이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인중개사 2명이 2020년 8월 어린이집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중개하면서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게 문제됐다. 권리 의무나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를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것을 두고 대법원이 행정사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실제 현장에서의 업무 과정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리금은 임대차 상가건물을 양도할 시 건물의 시설과 위치, 크기, 고객 등에 따른 이점에 대한 대가다. 중개사무소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면 상가 권리금에 대한 컨설팅비를 받는 게 관례였다. 상가 권리금 수수료 금액은 통상 권리가액의 5~10%이내에서 당사자들과 협의해 책정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통상적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쓰기 전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행정사가 권리금 조율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며 “법원 판례는 공인중개사가 행정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거나 행정사가 문어발식으로 공인중개사 영역을 관장하게 된다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계약과 갈등 중재는 공인중개사가 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행정사는 서류만 작성하면 되게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중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행정사로 인해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일부 사기성 짙은 공인중개사무소들이 권리금 대비 과한 컨설팅비를 요구하지만 그런 사례가 많지 않고 오히려 합의를 통해 더 적은 금액을 받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권리금 내용과 향후 임대차 만료시까지 생길 수 있는 혹시 모를 갈등을 방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공인중개사협회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판례를 보고 협회에 문의를 해보니 무조건 받지 말라고 한다”며 “최근 부동산 업황이 악화하고 전세사기로 인해 공인중개사가 짊어져야 하는 법적의무는 커지는 가운데 권리 사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현재 권리금 내용이 포함된 연구용역을 국토교통부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용역을 통해 나온 결과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법령 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학환 부동산정책연구원장은 현행 공인중개사법령에 중개 대상물로 포함돼 있지 않은 권리금을 포함시키는 작업이 향후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있다.

김 위원은 “애초 상가임대차계약법이 만들어질 때 국토교통부에서 공인중개사법령까지 같이 손봤어야 했다”며 “국토교통부와 행정사법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가 전문인 간 자격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 판례는 현재 문제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권리금 산정과 조율이 생각보다 까다롭고 갈등 소지가 많아 중개 전문가가 임대차와 함께 진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도 임대차에 전문성이 있는 중개사가 계약을 책임져주는 게 낫다”며 “행정사는 당사자간 스스로 합의한 내용을 대서만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번거로움이 더 크고 수수료를 이중으로 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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