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7개월째 ‘증원 백지화’ 고수..협의체 참여도 부진

우용하 기자 승인 2024.10.06 10:29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의대 증원 발 의정갈등이 7개월 넘게 지속되고 여러 제안이 나왔지만 전공의들의 입장 변화가 없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조건 없이 만나서 의견을 나누자고 거듭 요청했음에도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등 확실한 조건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체와 중제안이 여럿 제시되고 있으나 정부와 전공의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이탈로 발생한 의료공백이 7개월 넘게 이어지자 정부는 의료계를 향해 이제는 갈등을 해소할 때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이제는 의정 간의 갈등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며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의정 협의체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며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수급 추계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만큼 의료계도 적극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거듭 갈등 해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수도권 수련병원 신경과 전공의였다가 사직한 A씨는 "정부가 추계기구를 만들고 위원 과반을 의사로 구성한다고 했지만 말을 바꾸면 그만이다"며 "2020년 의정합의서에도 의대 정원을 늘릴 때 의사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무시하고 정부 마음대로 하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의대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1학기부터 대거 휴학계를 내고 수업 듣기를 거부하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는 지난달 30일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했다. 이에 '동맹 휴학'은 승인할 수 없단 입장을 고수해온 정부는 "매우 부당하다"며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였던 B씨는 "적어도 내 주변 전공의 중에 추계기구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정부가 의대생 휴학계를 승인한 서울의대를 전방위로 털겠다는 식으로 나온 것을 보면 조규홍 장관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고 국정감사에서 여론전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의 의료공백이 2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촉발된 만큼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선 전공의들이 협의 현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와 같이 정부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된 후 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욱 깊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B씨는 "'블랙리스트' 작성 전공의가 구속된 후 젊은 의사들은 이제 우리가 피해자가 되기 시작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정부가 '블랙리스트'라는 명분을 이용해 전공의들에게 겁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반발심과 악감정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님들은 '블랙리스트'는 의료계도 비난할 만한 일이라며 뒷짐 지고 있지만 그러한 태도는 의정 사태를 정치적으로 풀고 싶어 하는 전공의들의 의도에 굉장히 반한다"며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교수들과 전공의들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수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내년도를 포함한 의대 입학 정원에 대한 전공의들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2025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 없다”며 “현 정책을 강행할 경우 정상적인 의학 교육 역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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