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필의 시선] 배달플랫폼 수수료 인하 어렵다면 ‘비용 전가’ 막을 제도부터
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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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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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배달플랫폼간 무료배달 경쟁이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비용 전가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모습이다. 외식업계는 이미 배달 가격을 차등화하는 이중가격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고 배달앱들은 서로 책임을 묻기 바쁘다.
최근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중가격제 확산에 대해 “오죽하면 그러겠나”라는 말이 나왔다. 배달 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되면서 매출의 평균 25% 정도가 수수료로 빠져나가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당연 점주들이 앓는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배달앱 비용 추산에 따르면 1만원 주문 시 46%, 2만원 30%, 3만원 24.7%의 배달 관련 비용이 점주에게 전가된다는 집계가 나온다.
물론 배달플랫폼들의 의견은 다르다.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배달앱과 입점업체간 주요 쟁점은 ‘수수료 인하’로 좁혀졌지만 배달업계는 “수수료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영업자들과 프랜차이즈업계가 강조하는 ‘수수료 25%’의 진실은 포장 수수료와 광고비 책정에 함정이 있을 수 있다.
한 자영업자는 “배달 플랫폼들 모두 상위 노출 해줄테니 최소 주문금액을 낮춰달라 요구한다. 정기적으로 할인 쿠폰 제공, 리뷰 이벤트 등 프로모션을 진행하다보니 광고비 지출로만 비용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앱들의 수익성과 연결되는 수수료 인하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의하면 지난달 쿠팡이츠 사용자 수가 899만명으로 앱 출시 이후 가장 많았다. 1년 전 455만명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로 늘었다. 반면 배민은 전월대비 22만명 감소한 2254만명이다.
수수료 상한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공정위가 직접 말한 “시장에서 설정된 수수료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 탓에 발목도 묶였다. 실제로 배달 수수료 상한선은 거론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는 15%로 우리나라보다 더 높다.
수수료 인하가 어렵다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내에서 자영업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해 특정 플랫폼이 과도하게 할인 쿠폰을 뿌리며 그 비용을 업주들에게 전가하지는 않도록 법적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자체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고 상생안을 내놓는 기업에게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더 실효성 있다는 생각이다.
분명 외식물가 상승은 배달수수료 상승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근원물가를 비롯해 인건비 등 모든 제반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은 모두가 통나무를 짊어져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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