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관련 금융당국 처분에 ‘취소’ 판결

서재필 기자 승인 2024.08.16 10:50 | 최종 수정 2024.08.16 10:51 의견 3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2018년 금융당국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6년만에 나왔다.(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한국정경신문=서재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2018년 금융당국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6년만에 나왔다. 다만 일부 논란에 대해서 재판부가 부분적으로 인정한 만큼 금감원의 항소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 처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제재 사유의 일부를 이루는 전제가 잘못됐다는 점에서 전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80억원의 과징금 등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 지배했다고 봐 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상 재량권 범위 내에 있어 회계처리 기준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문을 통해 설명했다.

다만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 등 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해 여러 전략을 추진하던 중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하기로 먼저 결정하며 사실과 상황을 사후 모색했다”며 “특정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원칙중심 회계기준 아래에서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결론은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단에는 일부 수긍하면서도 변경 이전의 회계처리에는 문제가 없었던 만큼 이를 모두 포함해 내린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법원이 취소하라고 판단한 제재는 2018년 11∼12월에 한 두번째 제재다. 당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된다며 대표이사·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등 제재를 결정했다.

삼성바이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지배력 상실 회계 처리)하고 2015회계연도에 이 회사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 8000억원)으로 근거 없이 바꾸는 등 약 4조 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판단이었다.

올해 초 이재용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는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내부 문서 등을 보면 구 삼성물산의 합병 문제와 삼성물산의 재무제표 문제 등을 이유로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구 삼성물산의 합병일이 2015년 9월 1일이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지배력 상실 시점을 2015년 9월 1일 이후로 검토했다”고 판시했다.

이같이 두 1심 판결의 내용이 다소 엇갈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이 회장의 항소심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선위가 2018년 7월 삼성바이오에 내린 삼성바이오가 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바이오젠사에 부여하고도 이를 일부러 공시하지 않았다며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 등 제재에 대해 제기한 불복 소송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날 승소 판결을 받아 든 삼성바이오 측은 “아직 판결문을 받지 못한 상태라 판결문 입수 후에 구체적인 사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입장문을 내고 금융위원회에 항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본 점, 형사1심과 달리 2015년 지배력 변경은 회계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항소 여부는 금융위가 법무부 지휘를 받아 결정할 사안”이라며 “판결문을 입수하는 대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 금융위에 항소 여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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