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격적 자사주 공개매수..기업가치•주주가치 훼손 우려 증폭
고려아연,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취득한 자사주 소각예정
2조 7000억원 차입금서 발생하는 이자비용, 주주 피해로 돌아갈 수도
박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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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4 09:32 | 최종 수정 2024.10.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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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고려아연의 공격적 자사주 공개매수가 주주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영풍•MBK의 주식 공개매수가를 한참 윗도는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선 고려아연에게는 약 2조 7000억원의 차입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 이자만 17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재무적 부담과 피해가 회사와 주주들에게 전이될 우려가 있다.
4일 고려아연은 응모된 주식 수가 목표로 한 121만5283주(발행주식총수의 약 5.87%)에 미치지 않더라도 모든 주식을 베인캐피탈과 안분해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자사주를 끌어 모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이다. 베인캐피탈과 함께 3조 1000억원의 자금을 들인다고 밝힌 고려아연은 2조 7000억원의 차입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이 우선 2조 70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취득하게 되면 순자산은 27% 가량 감소한다. 2024년 반기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자산(자본총계)은 9조 8000억원에서 자기주식 취득 후 순자산은 7조 1000억원으로 축소된다.
순자산의 감소는 기업 가치에 대한 주주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반면 고려아연 부채비율은 급격하게 상승한다.
올해 반기 말, 고려아연의 부채 비율은 36.5%였으나 자사주 공개매수 조달을 위해 최근 공시한 바에 따르면 반기말 대비 차입금이 3조 1000억원(CP 발행 4000억원+2조 7000억원 차입금) 증가해 부채비율이 95%에 가까워진다. 순차입금/EBITDA도 1.73배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고려아연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등급하향조정검토 기준인 순차입금/EBITDA가 0배 또는 0.5배 이하를 큰 폭으로 상회하게 된다. 때문에 고려아연은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에도 대응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최근 CP발행 금액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한 차입금 2조 7000억원까지 차입금 총 3조 1000억원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이자비용만 약 186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자 비용이 높아지면 그 만큼 고려아연의 순이익도 감소시키게 된다.
고려아연은 올해 반기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순현금 상황이지만 2조 7000억원 차입금을 자사주 취득으로 대부분 지출할 경우, 약 2조원의 순차입 상태로 즉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회사의 금전적, 재무적 피해가 남은 주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연결 기준 고려아연의 2024년 반기말 기준 직전 12개월 당기순이익이 약 5590억원이다. 현재 발행주식총수 2070만 3283주를 감안할 때, 주당순이익(EPS)은 2만6985원이다. 하지만 차입금 3조 1000억원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예상이자비용 약 186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약 4130억원 으로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주식 소각을 통한 주식 수 320만 9009주 감소를 감안하면 주당순이익이 2만3624원으로 약 12.5% 감소된다. 남은 주주들이 보유 중인 주식의 가치가 그 만큼 훼손되는 것이다.
주당순자산(BPS) 기준으로도 남은 주주들이 보유 중인 주식의 가치가 하락한다.
고려아연의 연결 기준 2024년 반기말 순자산(자본총계)은 9조 8000억원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 2070만 3283주 감안 시 주당순자산은 47만 1374원이다. 자기주식 매입에 따른 자본 2조 7000억원 감소 및 자기주식 소각에 따른 주식 수 320만 9009주 감소 후의 주당순자산은 40만 5591원으로 약 14.0% 감소한다.
또한 2조 7000억원 차입금으로 대규모 자사주를 취득한 것이 고려아연이 향후 5년간 계획하고 있는 약14조원(그중 12조원은 트로이카드라이브)의 투자 재원마련에도 어려움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돼, 회사의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최윤범 회장 개인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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