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상속세 고민' 현대글로비스로 풀까..현대家 중고차사업 '핵심축 역할' 관측

현대차 '고품질 인증 중고차' 출시 예고, 중고車 시장 진출 공식화
현대글로비스 '사업 주도' 관측..정 회장 '경영권 승계' 열쇠 되나
'황금알 시장'..기업가치 높여 지분 강화·상속 재원 마련 가능성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3.17 15:42 | 최종 수정 2022.03.17 15:58 의견 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료=현대차그룹]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돈 되는 '중고차 사업'의 핵심축으로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이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재원을 마련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이미 중고차 경매업을 영위하는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시나리오가 이상적이라는 평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7일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고품질 인증 중고차'를 선보인다고 밝히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사업을 현대글로비스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글로비스는 일찌감치 중고차 경매 시스템을 갖추고 연초부터 온라인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을 내놓는 등 중고차 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 같은 행보는 정 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 취임 이후 중고차 시장 진출 추진을 선언하면서 가속화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사업은 향후 정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란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로 23.2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에서는 0.32%의 지분만 들고 있다. 아직까지 현대차그룹의 지배력이 정몽구 명예회장에 쏠려 있는 상태다.

정 회장의 지배구조·승계 문제는 크게 상속세 마련과 순환출자 해소로 나뉜다. 그가 두가지 요소를 잡기 위해서는 지배력 높은 현대글로비스의 규모와 지분 가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현대차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내야 하는 상속세를 2조5000억원으로 예측했다.

이 와중에 중고차 매매업은 약 30조원 규모로 신차의 1.6배를 넘는 거래량을 자랑하는 '황금알 낳는 시장'으로 떠오른다. 현대글로비스가 그룹내 중고차 사업을 주도한다면 외연 확대는 덤이고 정 회장의 상속·증여재원 마련도 시간 문제인 셈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가치가 올라가면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큰 틀에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췄다. 정 회장이 지분 적은 현대모비스에서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를 현금 창출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앞서 정부가 사업 개시를 일시 정지하라고 권고했지만 (정 회장의 의지로) 아랑곳 않고 중고차 시장을 향해 돌진해왔다"며 "정 회장이 가진 지분 중 가치가 가장 높은 현대글로비스가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현대와 기아차 등 계열사가 중고차 진출을 선언했고 계열사별 중고차 사업 비율은 공개된 바 없어 언급하기 어렵다"며 "중기부의 결정(사업개시 일시중단 권고)과 관계 없이 사업개시와 무관한 준비 절차는 꾸준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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