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총 89건으로 역대 최다 수준으로 늘었다. 전세·주택담보대출 관련 배임·사기 사건이 늘면서 피해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별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총 8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KB국민은행이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NH농협은행 25건, 우리은행 14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 각각 10건의 금융사고 발생했다.

5대 시중은행 본점 전경 (자료=각사)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금융사고 발생 건수 공시 제도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공시 제도 도입 초기인 2015년 총 97건이던 5대 시중은행의 연간 금융사고 건수는 ▲2016년 78건 ▲2017년 63건 ▲2018년 68건 ▲2019년 59건 ▲2020년 51건 ▲2021년 48건 ▲2022년 40건 ▲2023년 36건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공시 제도 도입 후 은행들이 금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해 온 결과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89건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5대 은행의 금융사고 발생건수는 지난해 2분기 들어 부쩍 늘었다. 지난해 1분기 6건이었던 5대 은행 금융사고는 2분기 26건, 3분기 21건 늘었다. 4분기에만 총 36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다 발생건수다.

금융사고별 사고금액도 예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컸다. 사고금액이 10억원이 넘어 발생내역 공시 의무가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총 19건이다. 이중 1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건수는 10건에 달했다. 국민은행에서만 5건, 농협은행에서 3건, 우리은행에서 2건이 있었다.

지난 2023년 총 36건의 금융사고 중 사고금액이 10억원이 넘어 공시 의무가 발생한 사고는 1건도 없었다. 지난해 금융사고의 사고 규모가 유난히 컸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여신부문에서 발생한 배임·사기에 따른 부당대출 사고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업점 대출 담당 직원이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실제 담보 가치 보다 부풀려 과다 대출을 내줬거나 차주가 사기로 허위 서류를 제출해 부당대출을 받은 경우다.

금융당국에서도 최근 금융사고가 조직화·교묘화로 인해 대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브로커 또는 직원간 공모 등 금융사고가 조직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금융사고 규모가 증가한 것은 물론 건당 평균 사고금액도 급증하는 등 금융사고가 대형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1~9월 평균 사고금액은 23억4000만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 13억4000만원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고 짚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22억214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달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19억9800만원, 지난달 7일에는 17억720만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농협은행에서도 지난 2월 외부인 사기로 16억5761만원의 금융사고 발생 공시가 나왔다.

최근 은행권에서 발생한 외부인에 의한 사기사건의 경우 세종시에서 있었던 대규모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금융사고의 경우 내부통제 부실 문제도 있겠지만 상시감시 체계 등 내부통제가 강화되면서 적발 건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추진하면서 감사 인력을 늘리고 상시 감시 체제를 구축했다”면서 “금융사고가 늘어난 것을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융사고 전파 및 교육 확대로 내부제보 증가 등으로 금융사고가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현장 중심의 실질적 내부통제 점검을 확대하고 이상징후 탐지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예방 중심의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