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비급여 특약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누고 자기부담 한도를 추가한 5세대 실손보험 출시가 연말로 가시화됐다.
금융당국은 비급여 보험금 문제 개선과 최대 50%의 보험료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1세대와 2세대 초기 가입자 대상 전환 유인책은 빠져 실질적인 효과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비급여 특약을 나누고 임신·출산 보장은 급여 항목에 추가한 5세대 실손보험이 연말 출시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편적 의료비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적정 보장하게끔 개편한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을 이르면 올해 연말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지 약 20개월 만에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5세대 상품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의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비급여를 중심으로 한 과잉 진료 문제와 의료인력 쏠림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해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실손보험의 연간 비급여 보험금은 6년 새 3조3661억원 증가했다. 남발된 비급여 진료는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상승 문제를 야기해 왔다.
이에 이번 5세대 상품에선 비급여가 중증과 비중증 특약으로 나눠 설계됐다. 먼저 비중증 특약은 미등재 신의료기술과 도수치료·비급여 주사제 등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 비급여 할인·할증 제도는 유지했으며 자기부담률은 입원과 외래 모두 50%로 상향했다. 중증 특약에선 입원 관련 자기부담 한도 500만원을 신설해 보장을 강화했다.
급여 항목에 대해선 임산·출산 관련 급여 의료비를 보장 범위에 포함했다. 외래에 대한 자기부담률은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연동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실손보험 공시를 확대해 운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알권리와 선택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을 통해 최대 50%의 보험료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증과 비중증 특약을 모두 가입한다면 보험료는 4세대보다 30%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5세대 상품이 과잉진료·보험료 누수 문제를 개선하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실손보험 계약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1세대와 2세대 초반 가입자에 대한 전환 유인책은 아직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실손보험 계약 중 3세대와 4세대의 가입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33.6%며 2013년부터 판매된 2세대 후기 가입자는 6.1%로 집계됐다. 이들 계약에는 약관전환 조항이 있어 계약만기 순서에 따라 5세대로 전환된다. 반면 가입 비중 19.1%와 38.9%를 각각 차지하는 1세대와 2세대 초기 상품에는 약관변경 조항이 없다. 전체 중 59%에 달하는 가입자 1600만명은 5세대 상품으로 자동 전환되지 않는 것이다.
1월 진행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선 1세대와 2세대 초기 가입자에 대한 강제전환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다. 당국은 보험업계와 논의해 1세대·초기 2세대 가입자 유인 방안을 상품 출시 전인 하반기 중 발표할 방침이다. 물론 유인책이 마련된다 해도 1세대와 2세대 초기 가입자의 5세대 전환을 독려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1세대 실손 가입자 A 씨는 “20년 가까이 비산 보험료를 납입하고 나이가 들면서 이제 슬슬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하는데 혜택이 줄어든다고 하면 누가 5세대로 전환하겠냐”며 “아무리 보험료가 내려간다 해도 여태까지 납입한 금액과 기간 때문에 바꿀 생각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입자 전환은 더뎌도 5세대 상품이 궁극적으로 의료시스템과 실손 문제 개선을 이끌 것이란 기대 역시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5세대 실손은 의료 쇼핑과 과잉 진료 행위 차단을 위해 일부 비급여에 대한 가격과 사용 기간 관리 등을 골자로 한다”며 “일찍 효과를 보기 위해선 1세대와 2세대 초기 가입자 전환이 중요하지만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책이 마련돼 실손 보험은 물론 의료 정상화까지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