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타코마호 (자료=HMM)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김경배 HMM 대표이사가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3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김 대표 특유의 꼼꼼한 전략과 과감한 투자 결단이 해운 불황 속에서도 HMM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탓이다.
■ 영업익 501% 폭증..'김경배 매직' 통했다
18일 HMM에 따르면 김경배 대표의 임기는 다음 달 만료된다.
HMM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3조51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01% 폭증했다. 매출액 또한 39% 증가한 11조7002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하며 해운업계는 물론 국내 상장사 최고 수준을 찍었다. 부채비율은 21%로 크게 낮아져 재무 건전성까지 확보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2021년, 2022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 15조 '베팅'..불황 속 승부수 적중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과 2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연달아 보좌하며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김 대표는 2022년 해운업 '구원투수'로 HMM에 합류했다.
물류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특유의 꼼꼼함과 탁월한 전략적 판단력을 바탕으로 HMM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취임 직후 15조원 규모의 과감한 투자 계획을 발표해 HMM의 체질 개선에 전력을 쏟았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을 통한 원가 경쟁력 강화, 친환경 경영 시스템 구축,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추진했다.
HMM은 김 대표 취임 이후 1만3000 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미주 항로에 신규 투입하고 멕시코 신규 항로(FLX)를 개설하는 등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또한 그린세일링 프로그램을 통해 친환경 경영을 선도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다방면에서 HMM의 경쟁력 강화에 힘썼다.
2023년 HMM은 인도네시아 서비스 강화를 위한 ICN 서비스 개편을 통해 컨테이너 노선의 기항지를 확대했다. 그 결과 자카르타와 수라바야를 잇는 직항 노선이 새롭게 탄생했다."
필리핀 서비스 강화를 위해 TTP 서비스의 기항지에 중국 다롄, 톈진, 닝보 등의 항구를 추가하는 등 신흥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해 2023년 5월 홈페이지를 전면 재단장, 화주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스텝바이스텝 예약 시스템 도입, 미주지역 노선 서비스 온라인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자료=HMM)
■ 3월 임기만료 앞둔 김경배 대표..채권단 선택은
김 대표는 하림그룹과의 매각 협상 결렬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채권단의 굳건한 신뢰로 2024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매각 무산 직후 재계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낮게 점치기도 했다. 채권단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과 HMM의 혁신을 주도한 김 대표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재신임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025년에는 선복 공급 과잉, 새로운 해운 협력체계 출범 등 해운업황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글로벌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환경 규제 강화 등 다양한 도전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내부적으로는 '하림 품'에 안기려다 불발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오너 공백' 장기화 우려 속에 김 대표의 책임감이 더욱 막중해진 셈이다.
김 대표는 과거 HMM 본사에서 열린 '얼라이언스, 중장기전략 설명회'에서 "단순한 선박 회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종합 물류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2030년까지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HMM은 2030년까지 컨테이너 선박 130척을 운영과 선복량을 150만TEU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의 이번 실적 개선은 어려운 시황 속에서 김경배 대표의 위기 관리 능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며 "향후 HMM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