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 공방이 치열해진 탓이다. 1조8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자공시를 통해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 204만30주를 2025년 말까지 전량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영풍·MBK 연합의 압박에 대응하며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각 결정으로 발행주식 총수는 감소하지만 자본금에는 변동이 없다. 주당 가치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영풍은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안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입장에서 중요한 변화가 포착됐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들의 이사 선임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로 영풍이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영권 분쟁 진흙탕 양측싸움 격화 '법적 공방'

양측은 상호주 관계와 의결권 제한을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영풍 지분 10.3%를 확보하며 새로운 상호주 관계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25.4%)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MBK·영풍 측은 "SMH와 영풍은 상호주 관계에 있었던 적이 단 1초도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풍은 3월 7일 와이피씨(YPC) 설립 등기를 완료하고 고려아연 주식 소유권을 이전했다고 밝혔다. 이는 상호주 관계 형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양측의 이 같은 대립은 의결권 행사 여부를 둘러싼 법적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 제369조 제3항을 근거로 의결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영풍 측은 이를 "억지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은 온라인 여론전으로까지 번졌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2일 네이버 등 포털사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하며 '댓글부대'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고려아연은 "특정 계정들이 업무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활동하며 전체 게시글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MBK·영풍 측은 "약 4000건의 기사에서 1만5000개의 댓글을 분석한 결과, 특정 패턴을 보이는 40개의 계정을 발견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지분 구도상 MBK·영풍 연합(40.97%)이 최윤범 회장 측(34.65%)보다 우세하지만, 집중투표제 도입 시 소수주주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어 주총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최윤범 회장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번 주총에서 최대 13명의 이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주총 직전까지 추가적인 지분 확보를 위해 장내 매수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윤범 회장 측은 최근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 매수해 지분을 18.04%로 늘렸다. 이에 따라 영풍·MBK 연합과의 지분 격차가 5%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