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대산석유화학단지 대규모 정전 사태가 3일이 지난 현재에도 재가동을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에도 책임소재가 모호해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공장이 가동이 중단됐다.

28일 현재 양사의 공장은 여전히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공정 내에 굳어 있는 나프타 등 잔여물을 세척한 뒤 설비와 장비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 중이다. 공장 재가동에는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재가동은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정전 원인에 대해선 아직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같은 시각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일주일 정도면 어느 정도 정상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장 중단으로 양사에 수십억 원 수준의 손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인 정전 원인에 대해서도 두 업체와 전기 공급업체가 공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복잡한 전력 공급 구조..책임 소재 논란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전력 공급은 한국전력에서 구역 전기사업자인 씨텍을 거쳐 LG화학과 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전은 "선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했다.

씨텍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50:50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사여서 내부 과실 여부도 배제할 수 없다.

2006년에도 유사한 정전 사고가 발생해 LG화학과 롯데대산유화(현 롯데케미칼) 등 3개 업체가 한전에 104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한전의 면책 조항으로 인해 실제 손해배상 소송은 제기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악몽..지역사회 대책 요구

정전 사고는 지역사회에 심각한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설비 내 원료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검은 연기와 불꽃은 주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전력 공급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예비 전력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말뿐인 약속이 반복되고 있다"며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정전사태로 대산석유화학단지의 복잡한 전력 공급 구조와 면책 조항이 지적됐다. 사고 시 책임 소재 규명이 어렵고, 피해 기업과 지역사회가 고스란히 손실과 불안을 떠안게 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비상 전력 공급 체계 구축과 함께 전력 공급망의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