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러시아 장악했건만"..정의선 회장, 러 제재에 '월드 톱3' 도전 주춤
러시아 경제적 제재..수출·거래차단 등 '불씨' 예고
현대차·기아 피해 4500억원 예측..글로벌 타격 관측
현대車 "구체적 영향 확인 안 돼..현지 상황 예의주시"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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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3 15:27 | 최종 수정 2022.03.0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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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글로벌 자동차 톱3' 진입을 향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질주가 잠시 주춤해질 전망이다. 국제금융통신망 '스위프트'를 통한 러시아 제재가 예고되면서 국내 기업 중 러시아 법인을 가장 많이 두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후폭풍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이 공장은 연간 23만대의 자동차를 만드는 주요 생산기지다. 현대차는 '자동차 부품 부족 문제'로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서방의 대러 제재가 날로 강도를 더해가는 만큼 향후 정상적인 사업 진행에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모빌리티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로 평가 받는 정의선 회장이 '글로벌 자동차 톱3' 로 무리 없이 도약할 지 주목되는 이유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최근 러시아 사업에서 도드라진 성과를 내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러시아법인의 생산량은 17만8300대로 전체 법인 중 5번째 규모를 차지할 정도다. 또 같은 기간 573억원이 투자됐고 매출도 2조3287억원을 올렸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5%로 알려졌다.
또 기아와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각각 20만5801대와 17만1811대를 팔아 12.3%, 10.3%의 시장점유율을 거두며 르노그룹(33.8%)에 이어 나란히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현지에서 팔리는 신차 5대 중 1대가 현대차나 기아차인 셈이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에서도 유럽 시장이 101만8563대를 기록해 역대 최고 판매량을 세운 바 있다. 더욱이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 목표를 국내 총 432만3000대로 잡았다. 여기에 기아(315만3000대)를 더하면 총 747만3000대로 이는 지난해 '글로벌 톱4' 입성을 돋운 판매량인 666만8037대보다 12.1% 확대된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글로벌 확대 전략이 계속해서 결실을 맺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위기를 둘러싼 국제적인 러시아 제재로 안전문제가 불투명해지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현지 생산을 멈추고 러시아로 수출을 중단하고 있다.
볼보는 러시아에서 차량 생산과 판매를 멈추기로 했고 재규어 랜드로버와 아우디 역시 러시아로 수출하는 신차의 선적을 중단하기로 했다. BMW·메르세데스 벤츠·시트로앵 등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가는 정 회장의 글로벌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시각이 적잖은 상황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러시아의 달러 결제 금지 방안'도 변수다. 달러 결제를 못하면 현대차는 대금을 러시아 루블화로만 받아야 하는데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수출 대금도 줄어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증권가에서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 시스템에서 제외하는 경제제재를 가할 경우 현대차와 기차의 손실이 각각 최대 2000억원과 2500억원 규모가 예상된다는 관측을 내놨다. 반면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연결매출 기여도는 3% 이내로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란 낙관적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경우 러시아에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1월 기준 출하대수는 글로벌 공장 출하의 6.4%를 차지했다"면서 "러시아 내수 경기의 일시적 위축과 루블화 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변화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또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내수 시장에서 탄탄한 수요를 가지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제재가 장기화 노선을 타면 두 기업이 러시아에서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22.6%)을 고려할 때 타격이 불기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 관계자는 "우선 공장 일시 중단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별개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조치"라며 "현재 러시아 사태에 따른 영향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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