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달라졌어요”..예대금리차 공시 앞두고 예적금 금리 인상 ‘더 빠르게 더 많이’

5대 시중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금리 줄인상
기준금리 인상폭 대비 초과 상승..예대금리차 논란 의식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 앞두고 ‘눈치보기 모드’

윤성균 기자 승인 2022.04.19 10:54 의견 0
19일 우리은행은 21개의 정기예금과 17개 적금 금리를 최고 0.30%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도 예·적금 상품의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자료=각사]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이 잇따라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 대출금리 인하 조치와 맞물려 은행권이 차기 정부를 의식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관리에 나선 것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늘부터 21개의 정기예금과 17개 적금 금리를 최고 0.30%포인트 인상한다.

비대면 전용상품인 ‘우리 첫거래우대 예금’은 최고 연 2.5%에서 최고 연 2.8%로, ‘WON 예금’은 최고 연 1.60%에서 최고 연 2.20%로 인상됐다.

적금의 경우 비대면 전용상품인 ‘WON 적금’은 최고 연 2.60%에서 최고 연 2.80%로, ‘우리 으쓱(ESG) 적금’은 최고 연 2.35%에서 최고 연 2.65%로 인상한다.

NH농협은행도 이날부터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올렸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일찌감치 예·적금 상품의 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전날부터 신규 및 재예치 계좌에 변경 이율을 적용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예·적금 금리 인상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춘 것으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가 조정되면 예·적금 상품에는 곧바로 반영해 왔다”며 “시장금리에 영향을 받는 대출금리는 시간차를 두고 반영되거나 선반영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폭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인 WON예금은 기본 금리가 0.30%포인트 인상됐다. 지난해 8월, 11월, 올해 1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때는 0.10~0.15%포인트 인상율에 그쳤던 상품이다.

신한은행의 ‘신한 S드림 정기예금’ 등 정기예금 상품도 가입기간별로 최대 0.25%포인트였던 인상률이 이번에는 0.30%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를 두고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예대금리차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을 불러들여 대출·예대금리 운영현황을 점검한 바 있다. 한은이 지난해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리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는 지적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이후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 축소를 위해 대출 우대금리를 올리고 예적금 금리 인상 폭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금리인상기임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의 상품금리를 최대 0.55%포인트까지 인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 이후 시장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가계 쪽 부담이 많이 간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경감하는 차원에서 수신상품 금리와 대출상품의 우대금리 폭을 확대하는 조치가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관심은 차기 정부에서 시행될 예정인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에 쏠려 있다. 이는 은행별 예대금리차 현황을 매월 공시하는 제도다. 기존에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개해 온 대출금리 비교공시와 달리 예대금리차로 은행별 줄세우기가 가능해져 은행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예대금리 공시제도를 의식해 각 은행이 예대마진을 미리 줄이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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