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은행권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주요한 요인 중 하나로 예대금리차를 이용한 ‘이자장사’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해 이자이익으로만 46조원을 벌어들였다. 전년보다 4조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금리상승기에 대출금리를 예금금리보다 더 많이 인상하고 금리하락기에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인하해 손쉽게 이익을 취하는 ‘약탈적 대출자’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예대금리차 공시를 의무화해 은행의 금리를 감시·감독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변동을 실증분석한 결과 금리하락기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많이 하락하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비대칭적 반응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은행은 일반적으로 인식되거나 주장되는 것처럼 약탈적 대출자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2004년 10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예금 및 대출금리 각각이 콜금리 변동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증분석했다. 콜금리는 금융기관 사이에 단기적인 자금 거래시 적용되는 금리를 가리킨다.
분석결과 잔액 기준 분석 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콜금리 상승(0.12%포인트) 시 각각 0.010%포인트, 0.11%포인트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반면 콜금리 하락(0.12%포인트) 시에는 각각 0.025%포인트, 0.042%포인트 하락하며 대출 금리가 더 많이 떨어졌다.
즉 잔액 기준으로 분석하면 금리상승 시에는 예금과 대출이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면서 예대금리차에 변동이 없지만 금리하락 시에는 대출금리가 더 많이 하락하며 예대금리차가 오히려 줄었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분석하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콜금리 상승(0.12%포인트) 시 각 0.031%포인트, 0.022%포인트 상승했다.
콜금리 하락(0.12%포인트) 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각 0.089%포인트, 0.74%포인트 하락반응했다.
즉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분석하면 금리상승 시에는 예대금리차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고 금리하락 시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 금리하락기에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더 많이 떨어지면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일반적 인식과 달리 금리상승기 때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가 더 많이 오르는 결과를 보였다.
이처럼 은행 예대금리가 잔액 기준으로 했을 때와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했을 때 방향성이 서로 다른 이유는 신규취급액의 경우 시장금리 충격이 즉각 반영되지만 잔액 기준으로 하면 금리충격이 반영되는데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대출과 예금 전체를 감안해 계산해야 하므로 잔액 기준으로 분석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 금융연구원 판단이다.
금융연구원은 “콜금리 상승 시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콜금리 하락시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저금리 기조하에서 은행의 예대금리차와 순이자마진이 작아져 온 실제 데이터에 부합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은행의 이익이 매우 높았던 것은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대출자산의 확대에 기인한 것”이라며 “은행의 약탈적 금리정책이라는 비난은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시장금리 변동기에 예대금리차가 축소된다는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결과를 뒷받침하는 통계치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이달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수신금리에 비해 여신(대출)금리 상승폭이 제한되면서 여수신금리차(예대금리차)가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대출금리는 지난해 5월 2.72%에서 올해 1월 3.45%로 0.7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같은 기간 0.83%에서 1.65%로 0.82%포인트 상승했다.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큰 폭 상승하면서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5월 1.89%포인트에서 올해 1월 1.80%포인트로 축소됐다.
한은은 “과거 기준금리 인상기에도 수신금리에 비해 여신금리 상승폭이 제한됨에 따라 여수신금리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신금리는 대출금리 상승 부담 완화를 위한 가산금리 인하 등으로 상승폭이 작은 반면 수신금리는 단기금리 상승에다 은행들의 대출재원 확보, 규제비율 관리 등으로 상승폭이 컸던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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