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장 두고 격돌..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제페토 대표주자

이상훈 기자 승인 2021.07.22 08:51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현실과 다른 확장된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쉽게 말해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3차원 공간으로 일종의 온라인 사이버 월드를 의미한다. 여기에 최근 들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등이 접목돼 나날이 현실감 있는 가상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메타버스 안에서 사회적 활동들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준다. '나'를 상징하는 가상의 아바타가 존재하고, 여러 친구들과 메타버스 생태계 안에서 함꼐 어울릴 수 있다. 메타버스 안에서 도시를 만들어 거주할 수도, 이세계를 탐험하거나 파티를 짜 몬스터 사냥에 나설 수도 있다. 이제는 아예 메타버스 안에서 졸업식이 열리거나 기업의 회의가 진행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언택트가 일상이 되면서 이러한 메타버스의 성장도 가속도가 붙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조사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현재 460억달러(약 52조8000억원)에 달하지만 2025년에는 2800억달러(약 32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메타버스의 급성장에도 눈에 꼽을 수 있는 플랫폼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중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은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그리고 네이버 자회사가 만든 제페토다.

■ 800만명 이상이 게임 개발..'로블록스', 메타버스 대표 주자

누구나 손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어 가상 공간 속 즐길거리가 풍부한 로블록스. [자료=로블록스]

지난 3월 10일 로블록스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직상장했다. 상장 직후 주가는 54.4% 급등해 69.50달러를 기록했고 한때 99.82달러까지 올랐다. 21일 현재는 79.86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중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로블록스는 현재 가격 기준으로 시총이 455억달러(약 52조원)가 넘는다. 단순히 아이들용 게임이라 착각하기 쉬운 로블록스는 사실 게임 제작 플랫폼에 가깝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공유하며,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플랫폼인 것이다.

로블록스는 게임 개발을 위한 별도의 툴 '로블록스 스튜디오'가 있다. 게임 제작 자체가 무척 쉽게 돼 있어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스마트폰이나 데스크탑PC, 게임 콘솔, 심지어 VR기기에서 즐기기 알맞은 게임을 뚝딱 만들 수 있다. 로블록스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스크립트와 다양한 플러그인 아키텍처가 있어 개발자가 아니어도 한 줄의 코드도 작성하지 않고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실제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활용해 단 10분 만에 간단한 게임을 만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은 개발자 스토어에 5000만개가 넘으며 게임 개발자 수는 800만명에 달한다. 누구나 로블록스에 접속해 이들 게임을 유료 혹은 무료(대다수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미 거대한 생태계를 조성한 로블록스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억90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로블록스는 미국 내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코로나19로 인해 로블록스 평균 접속시간과 사용자 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로블록스는 지난 9일 소니뮤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가상공간에서 콘서트와 댄스 파티를 여는 등 수익화에 나섰다. 매일 5000만명 가까이 접속하는 로블록스는 이제 기업들의 직접적인 광고 시장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 MS가 인수한 '마인크래프트', 1억명 이상 사용자 보유 강점

지난해 청와대가 어린이날을 맞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청와대 '랜선 투어'를 진행했다. [자료=유튜브 화면 캡처]

2006년에 출시된 로블록스보다 늦게 세상에 공개됐지만 성장세가 더욱 가파랐던 마인크래프트도 메타버스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다. 윈도와 맥OS, 리눅스, 안드로이드, iOS, 엑스박스(XBOX),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누적 판매량 2억장이 넘는다. 이 부문에서는 압도적 세계 1위 기록이다. 지난해 5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마인크래프트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억2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인크래프트의 특징은 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 형태로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에서 적대적인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집을 짓고, 농사를 짓는 등 가상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용자가 게임 내 각종 명령어를 조작해 특별한 게임 모드를 만들 수 있는 등의 높은 자유도로 인해 사용자가 스스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창조할 수 있다. 제조사가 아닌, 사용자가 게임 세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며 세계관을 넓히고 있다.

싱글 플레이가 지겨우면 멀티플레이 서버에 접속해 전세계 플레이어들과 함께 던전을 모험할 수도 있고 동네 친구들과 모여 온라인 동호회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래픽 품질 자체도 사용자가 임의대로 바꿀 수 있어 최초 정식 버전과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러한 마인크래프트의 자유도에서 가치를 발견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Mojang) 스튜디오를 25억달러(약 2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마인크래프트는 높은 자유도와 더불어 게임을 즐기며 코딩을 쉽게 익힐 수 있어 프로그래밍 교보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이들 사이에서 마인크래프트의 인기가 무척 커 청와대가 지난해 어린이날을 맞아 마인크래프트 안에 가상의 청와대를 만들고 '랜선 청와대 투어'를 실시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기업을 홍보하는 등 마인크래프트의 인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시행 중인 게임 '셧다운제' 문제로 인해 국내에서 전세계에서 전체연령가 게임인 마인크래프트가 뜬금없이 19금 게임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시 보안 문제가 있다면서 그동안 모장스튜디오 계정으로 로그인하던 마인크래프트를 올해 초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엑스박스 게임 가입을 하려면 19세 이상이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셧다운 문제로 인해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제한하도록 한국용 서버를 따로 구축할 수 없으니 한국에서는 성인만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국내 게이머들의 집단 반발을 샀고,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폐지 논란을 점화시켰다.

■ 네이버 제페토, 3D 아바타 의상 제작 넘어 맵까지 제작..이미 글로벌 플랫폼

명품 브랜드 구찌가 제페토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자료=네이버]

국내에서도 나날이 커지는 메타버스 생태계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를 꼽을 수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에서 출시한 3D 아바타 제작 앱이다. 처음에는 사진을 찍거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불러오면 자동의 가상의 캐릭터가 생성되고 이를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 사용자가 많아지고, 서로 팔로우하며 가상공간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자 제페토에 구찌, 나이키, 컨버스, 디즈니 등 패션 브랜드들이 속속 입점했다. 게임 속 아바타에게 패션 브랜드의 옷을 구매해 입히기 위해서는 제페토 내 유료재화인 '젬(Zem)'으로 결제해야 한다. 가상공간 속 아바타에 원하는 브랜드의 옷과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친구의 아바타와 소통하는 것이다.

스노우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4월 사용자가 제페토 맵과 아이템을 만들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제페토 스튜디오'를 출시했다. 현재 제페토에서 판매되는 아이템 중 80% 이상이 사용자가 제페토 스튜디오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제페토 스튜디오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템 수는 200만개가 넘었다.

제페토는 올해 하반기에 아바타가 활동하는 가상공간인 맵(MAP)'을 만들고 그 안에 다양한 게임 요소를 넣을 수 있도록 업데이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처럼 다양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쏟아져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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