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핵심 계열사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을 지주로 불러들였다. 지난해 폐지한 부회장제 대신 새로운 투톱 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글로벌·디지털부문 컨트롤타워의 중책을 맡기기 위해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26일 조직개편 및 경영진 인사에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을 각각 글로벌부문장과 디지털·IT부문장에 선임했다.
이재근 행장과 이창권 사장은 후임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주고 오는 31일로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다만 이 행장과 이사장은 임기 동안 경영실적이 좋았고 각각 1966년생, 1965년생으로 아직 젊어 지주 내 새로운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KB금융 측은 “이번 경영진 인사는 책무구조도 본격 시행 및 고조되고 있는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최적임자 선임에 방점을 뒀다”며 주요 인사 방향 중 하나로 연속성 있는 경영역량 발휘를 위한 현 계열사 대표이사의 지주 부문장 이동을 꼽았다.
양 회장은 지난해 말 회장 취임 이후 첫 경영진 인사에서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부회장 직제를 없애고 10개 사업부문을 글로벌·디지털·IT 3개 부문으로 축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인사에서도 부문·담당임원 체계의 큰 틀은 유지했지만 부문장에 핵심 계열사의 전직 CEO를 앉히면서 무게감이 확 달라졌다. 기존에는 부문장과 담당임원이 부사장으로 직급이 같았다.
부회장 대신 핵심사업의 부문장을 계열사 대표이사 출신에게 맡기면서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군 육성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21년 허인 전 국민은행장과 이동철 전 국민카드 사장이 임기 만료 후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한 바 있다. 양 회장도 2020년 KB손해보험을 떠나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내 입지를 다진 전력이 있다.
양 회장이 이재근 행장과 이창권 사장을 지주 부문장으로 불러들인 것은 글로벌·디지털·IT 등 핵심 사업 부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글로벌 진출은 그간 KB금융의 약점으로 꼽혔다. 국내에서는 리딩금융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그룹 손익에서 글로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글로벌 순익 비중은 14.5%에 달한다.
디지털·IT 부문에서는 그룹 통합 플랫폼 구축과 AI(인공지능)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재근 행장은 재임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 은행),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 등 주요 해외 현지 법인의 성장 기반을 다져왔다. 인도네시아 KB뱅크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 침체를 겪고 있지만 그간 재무구조 개선과 부실자산 축소 노력으로 내년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창권 사장은 취임 이후 모바일홈과 리브메이트 앱을 KB페이로 합치는 앱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이에 2022년 3분기 3기준 391만명이던 KB페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올해 3분기 809만명으로 두배 넘게 성장했다.
KB금융은 디지털금융 시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AI 조직을 강화한다. 디지털플랫폼, AI, 데이터 전 영역의 콘트롤타워인 ‘디지털혁신부’, 기존 AI본부와 DT본부가 통합된 ‘AI·디지털본부’가 신설된다. 이들 조직은 이창권 사장이 이끄는 디지털·IT부문에 편재돼 그룹 디지털의 포괄적 전략 수립과 계열사간 유기적 협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진출과 디지털 전환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이재근 행장과 이창권 사장에 각각 그룹 글로벌과 디지털·IT부문의 컨트롤타워를 맡김으로써 핵심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책임경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KB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검증된 경영관리 역량을 그룹 차원에서 활용하고 핵심 사업의 연속성 있는 추진을 위해 현 계열사 대표이사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글로벌 부문장으로,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을 디지털 및 IT부문장으로 이동시켰다”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글로벌사업부문과 디지털부문, IT부문은 지주의 콘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위해 계열사 대표 출신을 부문장으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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