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약세에 치열해지는 요양사업 경쟁..생보사 신규 진출 줄이어

KDB생명, 제가요양사업 출사표..내년 3월 첫 시설 개소 예정
삼성생명, 조직 개편해 시장 진출 준비..KB·신한은 시설 추가 개소
고령화·규제 완화로 커진 요양시장..생보사 핵심 신사업 부상

우용하 기자 승인 2024.12.31 10:06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KB라이프생명과 신한라이프 등 금융지주 계열에 이어 삼성생명과 KDB생명이 요양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종신보험 상품의 인기가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요양사업이 생보사의 신규 먹거리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KDB생명이 내년 3월 광주광역시와 고양시에 주간보호센터를 개소해 본격적인 요양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자료=KDB생명)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요양사업 진출을 위한 주간보호시설 개설·운영과 장기요양서비스 제공에 대한 부수업무를 신고했다. 이번 신고를 통해 KDB생명은 금융지주 생명보험사가 주도하고 있는 요양사업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현행법상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선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로 인해 통상 요양사업의 경우 초기자본 부담이 큰 사업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선 경과조치를 적용해야 금융당국의 지급여력(K-ICS)비율 권고치인 150%를 겨우 웃돈 KDB생명이 요양사업에 진출한다고 하자 자금 부담이 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요양사업 진출에 있어 KDB생명의 자금 관련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시설 요양 서비스’가 아니라 ‘재가 요양 서비스’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재가 요양 서비스는 서비스 대상자를 시설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택 직접에 방문해 목욕·간호 활동을 진행하거나 주야간보호 등 일정 시간 동안만 보호해 주는 형태의 서비스다. 지난 8월 보험개혁회의에서 규제를 완화해 보험사들도 운영할 수 있게 됐으며 건물과 토지를 임차하는 형태로도 사업 운영이 가능해 시설 요양보다 초기 투자 부담이 적다.

KDB생명 관계자는 “내년 3월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고양시에 주간보호센터를 개설하면서 재가요양 형태로 요양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 초기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요양사업 진출로 상품판매 전략을 더 다양하게 전개할 수 있고 KDB케어 서비스와의 시너지도 기대 중이다”라고 말했다.

요양사업 진출은 삼성생명도 준비 중이다. 삼성생명은 이달 초 진행된 조직개편에서 기존 시니어리빙 테스크포스를 격상한 ‘시니어Biz’ 팀을 신설했다. 내년에는 부지를 선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전망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에서 이미 최상급 실버타운인 ‘노블카운티’를 운영하는 만큼 중산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설을 설립해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까지 요양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자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도 시설을 추가 개소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먼저 KB라이프는 내년 은평과 광교, 강동에 노인요양시설을 순차적으로 개소할 예정이다. 지난달 첫 주간보호시설인 ‘분당데이케어센터’를 개소한 신한라이프 역시 내년 하반기 하남에 도심형 요양시설 미사 1호점을 개소할 계획이다.

생보사들이 이렇듯 앞다퉈 요양사업에 진출하려는 배경으론 생보업계의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이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종신보험이란 보험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정해진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잠재 고객은 줄고 경쟁력은 제3보험에 밀리는 상황에 처했다. 올해 단기납종신보험으로 잠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금융당국이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고 밝혀 종신보험의 경쟁력은 다시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요양사업의 경우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정부도 관련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령층의 요양시설 이용 의사도 높다. 보험연구원이 고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고령자돌봄주택 이용 의향 조사’에 따르면 중산층 고령자 중 72%가 돌봄주택 이용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사업의 경우 보험상품과 시너지를 만들 수 있고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생보사의 핵심 신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며 “많은 생보사가 진출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시장확대와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시설 요양에 대한 토지·건물 소유 의무 규제가 먼저 완화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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