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MBK연합, 집중투표제 공방..소액주주연대는 환영

박진희 기자 승인 2024.12.30 15:55 | 최종 수정 2024.12.31 08:11 의견 0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임시주총 안건으로 공시된 집중투표제를 도입 여부를 두고 공방 중이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임시주총 안건으로 공시된 집중투표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권장하는 제도라는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 자리 보존을 위한 편법이라는 MBK연합의 주장이 부딪히는 것이다.

30일 MBK연합은 고려아연이 임시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집중투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다. 앞서 지난 29일 고려아연은 따르면 다음 달 임시주총 안건에 ‘집중투표제’를 올렸다고 공시했다.

집중투표제는 보유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주주들이 이사 후보 1인 또는 수인에게 의결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일반주주들이 본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사를 선임할 기회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에서 일반주주들의 권리 신장과 이익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집중투표제는 현재 정부와 정치권, 시장, 소수주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주주보호 장치로 금융당국이 도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매년 상장사에 의무적으로 작성해 공시할 것을 요구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모범 규준에 집중투표제 채택 여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연대는 고려아연이 공시한 집중투표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헤이홀더’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고려아연이 꺼내든 집중투표제 카드는 매우 훌륭한 선택”이라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헤이홀더는 “최윤범 회장 측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 지배구조 개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영권 분쟁의 프레임을 완전히 바꿨다”면서 “MBK와 영풍 입장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자니 이번에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하자니 자신들이 주장하였던 지배구조 개선이 허구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소액주주들이 그토록 주장하였던 사항들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한쪽에 유리할 수 있는 사실 자체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하며 “의도를 떠나 고려아연이 가는 변화 자체는 고려아연 뿐만 아니라 우리 자본시장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목적이 경영권 보호라고 하더라도 내용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이 된다면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헤이홀더 측은 “최윤범 회장 측이나 MBK·영풍 모두 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길이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밖에 없음을 마음 속 깊이 깨달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자료=MBK파트너스)

■ MBK 연합 “최윤범 회장 자리 연장 위한 꼼수”

고려아연이 안건으로 상정한 집중투표제가 위법 요소가 없고, 소액주주들의 지지도 받고 있지만 MBK연합은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자리 연장을 위한 꼼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MBK 연합 측은 “소수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되는 집중투표제 그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다음 달 임시주주총회에 최 회장 일가 측 유미개발에서 안건으로 올린 최 회장 자리 보전용 집중투표제 도입은 집중투표제 본연의 취지와 목적을 몰각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 측이 자신들의 의결권을 본인이 추천한 이사들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MBK의 이사회 과반 확보를 저지하려고 한다는 게 MBK 측 주장이다.

MBK연합은 “의결권 지분 격차가 많이 나는 최 회장 측이 현 이사진과 추가된 신규 이사진으로 과반을 유지하게 되면 훼손된 고려아연 거버넌스 개혁에 시간이 지체되며 그 기간 주주 간 지배권 분쟁이 계속돼 고려아연은 물론, 주주들에게 그 피해가 온전히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조계 전문가 말을 인용해 일반적인 상황에서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1, 2대 주주 간 지배권 분쟁 상황에서 2대주주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명백한 의도로 도입되는 집중투표제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MBK연합 측의 우려는 다른 주주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입는 피해를 언급했다.

MBK연합 측은 “국민연금이나 다른 소수주주들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면 행사했을 수도 있는 이사 후보 추천권을 행사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주주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가 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자료=연합뉴스)

■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반대하는 MBK연합, 주주권익 없다는 사실 자인하는 셈”

MBK연합이 집중투표제 도입 반대의사를 밝히자 고려아연도 곧바로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소액주주 보호 제도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놓고 앞뒤가 다른 설명으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려아연 측은 “MBK연합 측이 집중투표제 본연의 취지와 목적을 존중한다면서도 고려아연 이사회의 정상화와 지배구조 개선 후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조건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과 환경이 조성된 뒤에만 좋은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K가 내세운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는 그 자체로서 의미와 가치를 존중받아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특히 지배주주나 대주주에 비해 권리를 보장받기 힘든 소액주주를 위한 보호 장치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현재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도 강화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그럼에도 MBK는 자신들이 내세운 명분조차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며 자신들의 명분이 허울뿐인 주장임을 자인하고 있다. 본인들이 내세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가 알짜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말장난과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고려아연 측은 MBK와 영풍의 유일한 목적이 이사회 장악과 이익 확보라는 점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MBK와 영풍이 경영권을 행사할 경우 다른 주주들이 견제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MBK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정상화되고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자신들이 이사회를 장악한 뒤 판단을 하겠다는 ‘안하무인’적인 태도이자, 소액주주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과 시장, 정부 당국, 정치권을 호도하는 ‘말장난’”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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