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종료된 지난해 보험사 M&A 활동..올해엔 성과 나올까?

작년 보험사 매각 시도 총 ‘5건’..롯데·KDB, 새 주인 찾기 ‘불발’
부당대출 암초 만난 ABL·동양생명 매각..MG손보는 노조 반발에 ‘골머리’
금리인하·해지율 규제에 수익 악화 가능성↑..올해 M&A도 난항 전망

우용하 기자 승인 2025.01.02 11:49 의견 0

[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지난해 5곳의 보험사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단 한 건도 완료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이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여전히 인수 대상자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상자 선정에 실패한 보험사의 M&A 활동은 올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매각에 나선 5개 보험사(롯데손해보험, KDB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MG손해보험)의 본사 전경 (자료=각사)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각에 나선 보험사는 총 5곳(ABL생명, 동양생명,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으로 확인됐다. 이 중 ABL생명과 동양생명은 우리금융그룹, MG손보는 메리츠화재와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롯데손보와 KDB생명은 인수 대상자 선정에 실패했다.

앞서 롯데손보의 경우 작년 4월 M&A를 위해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글로벌사모펀드와 우리금융그룹이 참여하면서 매각 성사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본입찰 단계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롯데손보의 본입찰 부진은 매각가를 높게 내세운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시 시장에선 롯데손보의 적정 매각가를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평가했으나 대주주인 JKL사모펀드는 2조~3억원 수준을 고수했다. 가격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인수자 확보에 실패한 롯데손보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없이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됐다.

KDB생명 역시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부터 M&A 시도를 계속해서 진행해 오고 있으나 6번째 도전마저 재무건전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산된 것이다.

거듭된 매각 실패에 KDB생명은 우선 체질 개선에 나섰으며 그 결과 3분기 흑자전환과 함께 지급여력(K-ICS)비율 상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K-ICS비율 권고치인 150%를 겨우 넘겨 추가적인 재무건전성 개선이 필요한 만큼 재매각에 앞서 대주주인 산업은행 자회사 편입 후 자본확충을 우선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성공한 ABL생명과 동양생명, MG손보는 현재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ABL생명과 동양생명 인수에 나선 대상자는 우리금융그룹이다. 비금융부문 강화를 위해 롯데손보 예비입찰에도 참여했으나 두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그룹은 작년 8월 두 생보사의 최대 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주식 매매 계약·패키지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 그룹이 M&A를 위한 각종 절차를 진행하면서 연내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으나 인수 활동은 금융당국 승인에 앞서 멈춰진 상태다.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에서 발생한 친인척 부당 대출 문제로 금융감독원이 정기검사를 예상보다 일찍 시작했지만 결과 발표를 이달로 미뤘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검사에서 우리금융그룹이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으면 생보사 인수 활동은 다시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게 되면 자회사 출자 활동이 제한돼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매각에 네 차례 실패한 MG손보에 대해선 매각 주체인 예금보험공사가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노조 반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보는 MG손보 매각에 대해 주식매각(M&A)과 계약이전(P&A) 방식 중 인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도 할 예정이다. M&A와 달리 P&A 방식은 대상 기업의 자산과 부채를 선별해 인수할 수 있고 고용승계에 대한 의무가 없다. 특히 MG손보의 경우 2022년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있어 메리츠화재는 P&A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방식에서 고용승계 불확실성이 커지자 MG손보 노조는 장외 투쟁과 함께 실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반대에 나섰다. 노조의 강한 반대로 MG손보 실사는 정상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며 상반기 마무리를 목표로 한 일정 역시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두 생보사와 MG손보의 매각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인수자 선정에 실패한 보험사의 재매각 활동은 올해 더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금리인하로 수익 악화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무·저해지 보험과 단기납종신보험에 대한 해지율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K-ICS비율도 하향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추가돼 보험사 M&A 시장은 작년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인수자를 선정한 보험사들의 매각 절차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나 예상보다 일정이 많이 늦어지고 있다”며 “올해 M&A 시장에도 보험사 매물이 나올 수 있겠지만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가 예상되고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새 주인 찾기는 작년보다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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