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임기 동안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끈 함영주 현 회장과 다년간 계열사 대표와 지주 부회장으로서 경험치를 쌓은 이승열·강성묵 부회장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를 선정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과 함께 외부 후보 2명이 명단에 올랐다. 외부 후보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회추위는 이달 초 개최된 회의에서 12명(내부 6명, 외부 6명)의 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했다. 이달 중순 심의와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군을 5인으로 압축했다.
회추위는 내년 1월 프레젠테이션(PT) 및 심층 면접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업가정신, 비전 및 경영전략, 전문성 등의 4개 분야의 14개 세부 평가기준에 따라 회추위원들의 평가를 근거로 투표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함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022년 3월 회장으로 취임해 3년간 별다른 외풍 없이 역대급 실적 경신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3조2254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3분기 누적 기준 최대 실적을 썼다.
연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연령 제한 문제는 해결됐다.
하나금융은 이달 초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통해 이사의 나이 제한 규정을 바꿨다. 만 70세 재임 연령 기준은 유지하되 최초 소집되는 주총까지 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사의 임기를 보장해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정이라고 설명했다.
함 회장과 함께 최종 후보군 명단에 오른 이승열·강성묵 부회장은 차기 회장 경영승계 구도의 두 축을 형성해 왔다.
이 부회장과 강 부회장 모두 함 회장이 취임한 2022년 말 각각 하나은행장과 하나증권 대표로 취임했다. 이 부회장은 하나생명에서, 강 부회장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에서 각각 그룹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 발탁된 경우다. 당시 취임 2년차를 맞는 함 회장 체제 구축을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강 부회장은 같은 해 지주 부회장직에 올랐고 이 부회장은 올해 3월 부회장직을 겸직하게 됐다. 강 부회장은 그룹손님가치부문장을, 이 부회장은 미래성장전략부문·그룹브랜드부문장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으로 부회장직이 대외적인 호칭으로만 남았지만 올해 3월 주총에서 강 부회장, 이 부회장이 지주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승계 구도는 더욱 공고해졌다.
올 연말 인사에서 강 부회장은 하나증권 대표 연임에 성공했고 이 부회장은 은행장 후보직을 고사하며 지주 부회장 역할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베일에 가려진 외부 후보군 2인이 변수가 될지도 관심사다. 하나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외부 후보만을 위한 간담회를 여는 등 차기 회장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하나금융은 최종 후보군 발표에 앞서 외부 후보만을 위한 간담회를 열어 외부 후보에게 최종 후보자 발표 및 심층면접 전에 회추위원들과 대면 접촉 기회를 제공했다. 이 자리에서 최종 면접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이정원 회추위원장은 “오늘 외부 후보군 간담회는 하나금융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외부 후보들을 배려해 하나금융그룹을 설명하고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자리로서, 외부 후보가 최종 면접에 참석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는 아니다”라면서 “외부 최종 후보군 2명은 금융 전문 경영인으로서 후보 본인의 요청에 따라 최종 발표 시까지 비공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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