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율 또 인하'에 한숨 쉬는 카드업계..대출 의존 확대∙소비자 혜택 감소 ‘불보듯’
금융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결정..내년 2월부터 최대 0.1%P↓
대출 판매로 버텨온 카드업계..11월 카드론 잔액 42조5453억원
8개 카드사,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373개 단종..소비자 혜택 감소 현실화
우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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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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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3년만에 돌아온 신용카드 가맹 수수료율 재산정에서 금융당국이 가맹 수수료율을 최대 0.1%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카드업계에선 금융위의 결정이 아쉽다는 평가와 함께 카드사의 대출 판매 의존도는 늘고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 수 있단 우려가 나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가맹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내용의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내년 2월 14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금융위는 이번 인하 조치로 연간 3000억원의 수수료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연매출 10억원 미만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1%포인트 인하됐다. 연매출 10억~30억원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0.05%포인트 낮아진 1.45%로 결정됐다. 체크카드의 수수료율은 연매출 30억원 미만까지 모두 0.1%포인트 인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매출 100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은 동결됐다.
이와 함께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도 기존 3년에서 6년으로 변경됐다. 재산정 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 제기되고 지난 2022년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개설된 후 3년만에 변경된 것이다. 다만 금융위는 대내외 경제여건과 경영상황 등을 3년마다 점검해 상반기에 재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하반기 재산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수수료율 인하라는 금융위의 결정에 카드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가맹 수수료율의 경우 적격비용 제도가 도입된 2012년부터 5차례 연속 인하됐는데 동결 없이 인하됨에 따라 신용판매를 통한 수익 여건은 또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카드업계에서 요청해 온 재산정 주기 조정이 반영되긴 했으나 단서를 남겨 6년이 아니라 3년마다 다시 재산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8월 진행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에서 고비용 구조 개선을 언급한 바 있어 수수료율 인하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라며 “하지만 카드사들이 대손비용과 마케팅비용 등을 절감하면서 불황형 흑자로 버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하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가맹 수수료율 인하가 결정됨에 따라 카드사들의 대출 판매 의존도와 카드론 취급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카드사들은 전체 가맹점의 95%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수수료율 인하가 누적돼 신용판매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대출 판매를 늘려 실적을 유지했다. 그 결과 카드사의 대표 대출 상품인 카드론의 잔액은 계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총 42조545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3252억원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으며 작년 동월과 비교해선 무려 3조6665억원 급증한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선 9월을 제외하곤 매월 전달 대비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 판매 확대는 추후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마련 부담과 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미 올해 상반기까지 NH농협카드를 제외한 국내 8개 카드사는 신용카드 282종과 체크카드 91종을 단종했다. 반년 만에 작년 단종량의 76.9%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단종된 신용·체크카드는 총 485종으로 확인됐다.
하반기에는 롯데카드의 ‘해병대 전우 롯데 포인트 플러스 체크카드’와 신한카드의 ‘T우주 신한카드’, KB국민카드의 ‘KB국민카드 CLiP 카드’ 등의 신규 발급과 갱신이 중단됐다. 각종 포인트와 캐시백, 통신요금 할인 혜택으로 ‘혜자 카드’라 여겨져 온 카드들이 신용판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혜자카드 단종에 더해 겨우 늘리기 시작한 있던 무이자 할부 혜택 기간이나 포인트·캐시백 적립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데 수수료율은 또 인하돼 카드사들의 부담과 대출 판매 의존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혜자 카드 단종을 비롯한 비용 절감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소비자 혜택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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