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 지수)가 베일을 벗었다.
대표적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주로 그간 밸류업 수혜주로 꼽혔던 은행주들이 대거 탈락한 가운데 신한금융·우리금융이 특례로 뽑히며 체면치레했다. 저PBR이라는 공통된 조건에서도 밸류업 계획 공시 여부가 최종적으로 희비를 갈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100개를 확정해 발표했다. 산업군별로 정보기술이 24개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 20개, 헬스케어 12개, 자유소비재 11개, 금융·부동산 10개, 소재 9개, 필수소비자 8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5개, 에너지 1개 등이 포함됐다.
밸류업 정책 초기 저평가된 종목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표적 저PBR주인 금융주들이 주가상승의 흐름을 주도했지만 정작 밸류업 지수에는 10개 종목 밖에 포함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는 ▲신한지주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B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현대해상 ▲키움증권 ▲다우데이터 등 10개며 이중 3개는 특례 편입이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것은 밸류업 지수 설계상의 특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는 종목을 선정하며 시장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 다섯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시장평가에서 금융주들이 대거 탈락했다. 최근 2년 평균 PBR이 산업군별 상위 50% 이내 또는 전체 순위 상위 50% 이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주 가운데 시가총액 1위인 KB금융의 2년 평균 PBR은 0.4로 이번 밸류업 지수 평균 PBR 2.6에 한참 미달한다. 신한·하나·우리금융도 평균 PBR이 0.3으로 낮다. PBR은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비율로 1보다 낮으면 장부상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금융주의 특징이다.
하지만 PBR이 낮은 신한·우리금융은 지수 편입에 성공했다. 거래소가 기업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23일까지 밸류업 계획을 조기 공시한 기업에 대해 특례 편입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지수 운영에 필요한 최소 편입요건(수익성, 시총, 유동성 등)만 충족하면 2년간 편입이 유지된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지난 7월 25일과 26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특례 편입 요건을 만족했다. 다른 금융주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기업가치 제고 공시로 특례 혜택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거래소가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공시 여부가 일종의 가산점으로 적용될 것이란 전망은 했지만 그 자체로 특례 요건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밸류업 계획 예고공시는 했지만 아직 본 공시를 하지 않은 KB·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다. 본 공시만 안했지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 50%, ROE 10% 달성 등의 큰 뼈대는 이미 내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4분기 중 공시를 앞두고 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탈락 여파로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8분 기준 전날 종가 대비 각각 3.17%, 2.01%씩 떨어졌다.
이들 금융지주는 금번 코리아 밸류업 지수 선정과는 무관하게 계획대로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금번 발표된 밸류업 지수는 2022년과 2023년 PBR 수치를 기준으로 산출된 것으로 KB금융의 경우 올해 PBR이 큰 폭으로 개선이 됐다”며 “10월에 예정돼 있는 밸류업 공시를 잘 준비해서 시장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 8월 고시한 예고 공시에 따라 4분기 중 밸류업 계획 발표 후 내년 6월 지수 정기심사 시에는 편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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