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묘수, 하이니켈 이어 아연도..경영권 방어 ‘핵심’은 기술

박진희 기자 승인 2024.11.22 11:00 | 최종 수정 2024.11.22 11:13 의견 0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통해 방어진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니켈과 아연 제련 기술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만큼 이를 통해 필사적으로 경영권을 지켜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핵심은 ‘기술’, 고려아연 지켜낼까

고려아연은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및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된데 이어 아연과 안티모니 제련·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 추가 지정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으로서는 ‘국가핵심기술지정’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사회에 경영권 방어의 명분을 제공하고, 영풍․MKB연합의 결속력을 느슨하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묘수다.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에 이어 아연과 안티모니 제련․제조기술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회사는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 외국인 투자 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 승인 없이는 해외에 회사를 매각 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영풍과 MBK 연합에 금이 갈 수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다. 투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해 벨류업 후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사모펀드의 생리로 볼 때, 제한적 엑시트를 할 수 밖에 없는 고려아연은 매력이 떨어진다. 대규모 차입 등을 통해 고려아연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사모펀드 MBK로서는 향후 엑시트 전략 구상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MBK·영풍 측이 해당 기술을 제외한 사업이나 계열사, 자산 등을 분할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안을 찾을 거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차전지 소재 제조 기술과 아연 제련 기술, 안티모니 제련 기술 등 각각의 사업에 모두 국가핵심기술이 있을 경우 매각 셈법이 매우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MBK와 영풍의 주주간 계약(콜옵션 등)으로 각종 환경오염과 중대재해 등에 휩싸인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을 MBK로부터 다시 넘겨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온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자료=고려아연)

■ ‘전략광물자원’ 안티모니‧아연 제련 독자기술도 국가핵심기술 지정 추진

22일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원천기술에 이어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기술(헤마타이트공법)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가로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기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2건의 제련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 건의서를 제출했다. 현재 국가핵심기술로 총 13개 분야에서 76개 기술 목록이 지정돼 있는데, 해당 기술 2건에 대해 신규 지정을 요청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입 침출 기술을 활용한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헤마타이트) 제조 기술’과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이다.

헤마타이트 제조 기술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제련 과정에서 철을 제대로 회수해야 이후 공정에서 아연은 물론 구리와 카드뮴, 니켈, 코발트 등을 효율적으로 회수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의 경우 안티모니 금속 제조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경제성과 효율성도 함께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의 안티모니 회수 기술은 건식 제련법을 쓰는데 이는 불필요한 손실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습식 제련 기술의 경우 효율성을 크게 높여 건식에 비해 40%의 제조 원가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안티모니는 전략광물자원 중 하나다. 주로 난연제와 촉매제의 주 성분인 삼산화안티몬의 원료가 된다. 고려아연 안티모니의 주요 수요처 역시 대부분 삼산화안티몬 제조업체들이다. 섬유와 플라스틱, 전자기기 등에 첨가해 불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이다. 국내 안티모니 시장의 규모는 연간 약 4000톤으로 고려아연이 그 중 약 60%에 해당하는 물량을 책임지고 있다. 이외 나머지 물량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안티모니와 갈륨, 저마늄 등 일부 금속을 전략물자로 지정하고 수출 통제를 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에서 운용중인 헤마타이트공법은 철을 고온고압조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잔사형태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헤마타이트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18barg 이상의 고압과 180~200도의 높은 온도조건이 필요한데 이러한 조건을 운영하기 위한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때문에 글로벌 제련소 중에서도 헤마타이트를 제조‧운영한 경험이 있는 제련소는 독일의 루르아연제련소와 일본의 아키타제련소 2곳 정도뿐이다. 루르아연제련소는 18barg, 200도 조건에서 운영했으나 배관 막힘 등 잦은 설비 트러블로 인해 가동률이 현저히 낮아져 2012년 운영을 중지하고 철거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2015년 고려아연 만의 헤마타이트 공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9년 헤마타이트 공법으로 조액공정을 완전 전환했다. 이를 통해 1차 아연 회수율은 99%까지 높아졌다. 헤마타이트 공법으로의 전환은 고려아연이 다시 한번 세계 최초로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념비적인 성과다. 또 헤마타이트 제조공정은 독창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아서 전 세계 32개국에서 특허출원과 등록 성과를 거뒀다. 제거된 고품위 산화철은 아연, 연 등이 거의 없는 안정화된 물질로 시멘트사로 판매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신청서를 통해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희소금속인 안티모니의 특성과 중국의 안티모니 전략 자원화 정책 등을 감안할 때 해당 기술의 해외 유출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고려아연의 기술을 통한 안티모니의 국내 생산이 국가 안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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