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LTV 담합 의혹, 결론만 남았다..“공정위, 무리한 결론 낼까 우려”
공정위, 13·20일 4대 시중은행 담보대출 담합 의혹 심의 마무리
이르면 이달 중 최종 결론..담합 결론 시 수천억원대 과징금 우려
대통령 은행 독과점 발언에서 출발..조사대상 축소 등 무리수 논란
소관부처 금융위와 갈등설도..은행권 “무리한 결론 낼까 우려돼”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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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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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가까이 이어온 4대 시중은행의 가계부채 관리 담합 의혹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 중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은행 독과점 비판에서 시작된 이번 공정위 조사가 무리한 결론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전원회의를 열고 ‘4개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 대해 심의·의결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4대 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올해 1월 담합 결론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각 은행에 보냈다. 이번 전원회의 결론을 끝으로 이르면 이달 중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핵심 쟁점은 4대 은행이 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담보인정비율(LTV) 거래조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 행위가 담합인지 여부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한도를 결정하는 비율이다. 4대 은행은 매년 1~2회 지역과 부동산 종류별로 LTV를 설정한다.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고객에게 유리하게 LTV를 설정하고 은행 간 경쟁이 일어나야 하는데 은행들이 LTV 정보를 공유해 LTV 비율을 서로 조정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어겼다는 게 공정위 시각이다.
공정거래법 40조에서는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제한하거나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돼 2021년 12월 30일부터 발효됐다. 이번에 공정위가 4대 은행 제재를 확정하면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된다.
은행들은 LTV 정보 공유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에 불과해 담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보 공유가 이뤄진 후에도 은행별 LTV는 다소간 차이를 보였으며 이에 따라 경쟁이 제한된 측면도 없다고 주장한다.
LTV 정보 공유로 부당 이득을 얻었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LTV를 보수적으로 설정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은행의 이자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담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금리를 높이지 한도를 줄이지 않는다”며 “대출 한도, 금리 등 가계대출 정책들이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담합해 LTV를 낮췄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LTV 담합 의혹이 정부의 은행권 독과점 압박에서 출발한 만큼 공정위가 무리한 결론을 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 분야는 민간 부문에서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공정위가 윤 대통령의 지시 직후 그해 2월부터 은행권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는데 이 조사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여수신 금리와 수수료 담합 등 은행 업무 전반을 들여다 봤지만 현장조사 결과 LTV를 포함한 담보대출 담합으로 사안을 축소했다. 조사대상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곳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곳으로 줄였다.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는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LTV 관리는 금융위 소관인데 담합 조사 과정에서 어떠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공정위와 금융위는 해명 자료를 통해 “이 사건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개입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두 부처 간 협의가 필요 없는 사안”이라며 갈등설을 부정한 상태다. 하지만 공정위가 LTV 담합 결론을 내리면 향후 금융위의 LTV 관련 행정 지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 결론은 나와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이번 담합 의혹 자체가 은행의 독과점을 해소하라는 정부 지시에서 출발한 만큼 공정위에선 어떤 식으로든 담합 쪽으로 결론 내리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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