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빛과 빚..미래투자 속 부채비율·순차입금 늘어 ‘악순환 덫’

회사채 최대 1조원 발행..미래사업 투자
영업익 15.1%↓..순차입금·부채 비율 확대
재무악화 우려 속 3대 신성장 사업 가속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2.28 11:04 의견 0
LG화학이 지난해 영업이익 2조5292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5.1% 줄었다. 사진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자료=LG화학)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LG화학이 본업인 석유화학 불황에도 성장사업을 향한 대규모 베팅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투자금 마련을 위한 자금조달 규모가 늘수록 향후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을 거란 우려도 공존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 2조5292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5.1% 줄었다.

석유화학부문은 영업적자 1430억원을 냈다. 건설·가전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과 원료가 상승 압력이 주효했다.

차동석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장은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산업의 시황악화가 이어졌다”며 “전기차 수요 둔화와 메탈 가격 급락 등 외부 변수에 따른 변동성이 극심했던 한 해였다”고 설명했다.

핵심 캐시카우인 석유화학과 이차전지 분야는 수요 위축으로 올해도 둔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LG화학의 부채비율은 지난 2022년 1분기 81.5%에서 작년 말 89.2%로 커졌다. 이 기간 순차입금 비율은 1.6%에서 31.2%까지 뛰었다. 불황 속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만 늘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선 LG화학의 이자비용이 2022년 3031억원에서 올해 7528억원으로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본다.

신사업 투자 확대를 겨냥한 자금조달을 늘려온 여파다. LG화학은 지난해 국내외 자금시장에서 약 3조4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해외 시장에서만 2조6500억원 수준의 외화 교환사채를 찍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7일에도 최대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5000억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3조4450억원의 자금이 몰려 당초 계획보다 2배 증액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LG화학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미래 신성장동력 투자와 만기 회사채 상환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는 3월부터 5월까지 기존 발행한 8700억원어치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일부에선 재무구조 악화 속 회사채 조달폭이 늘면서 빚으로 현금창출력 공백을 메우는 악순환이 굳어질 것을 우려한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재 자금조달에 따른 재무부담 요소가 있지만 사업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최대한 관리할 계획”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성장사업 투자로 향후 기회 선점에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LG화학 여수공장. (자료=LG화학)

■ 전지·친환경·혁신신약 3대 신성장동력..매년 4조 안팎 투자

LG화학은 업황과 무관하게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최근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향후 2~3년간 매년 4조원 안팎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전지소재·친환경소재·혁신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LG화학은 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미국 테네시 주에서 양극재 공장 착공에 나섰다.

올 1월에는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기업인 ENI그룹과 차세대 바이오 오일 합작사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맺었다. 2026년까지 LG화학 대산 사업장에 연 30만톤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 공장을 완공하기로 했다. HVO는 폐식용유 등의 식물성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한 제품이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CNT(탄소나노튜브) 4공장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충남 대산에 짓고 있다.

앞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친환경·저탄소 원료로의 플라스틱 사업을 지속 추진해 탄소 감축 분야에서 선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불황 속 미래 성장동력 사업 위주로 투자를 가속화하는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해나갈 계획”이라며 “단기적으론 태양광 POE(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와 CNT, 반도체 관련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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