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두산 지배구조 개편..정치권·금감원까지 압박

임윤희 기자 승인 2024.08.20 16:23 의견 2
두산그룹 CI (자료=두산그룹)

[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주요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계획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합병 성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9월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전체 사업구조 개편이 무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일 주식시장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1만 8000원, 두산밥캣 4만 원, 두산로보틱스 6만 8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요구에 따라 2차 정정신고서 제출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19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나란히 하락했다.

주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그룹 재편에 중요한 변수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가가 제시된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낮아지면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각각 12%에서 21%까지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괴리가 커지면 주주들이 주식을 매도하고 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6일 두산밥캣과의 주식 포괄 교환·이전 및 합병에 관한 2차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합병 비율(1대 0.63)은 변경되지 않았다. 때문에 주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두산밥캣과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 간의 불균형한 합병 비율이 지나치게 지배주주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등 이슈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증권신고서에 부족함이 있을 경우 횟수에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며 철저한 검토를 강조했다.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으면 오 9월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도 두산그룹의 합병 계획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주주들이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법안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주총회 이후 정치적 압박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두산그룹은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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