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핵심 수출산업인 철강업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악화 국면에 빠졌다. 이 중 포스코는 K-철강 대표 기업으로서 위기 속에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1위 철강사의 강자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 미래 먹거리인 이차전지 소재도 글로벌 톱티어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통적 철강사에서 미래 소재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목표다. 포스코의 두 핵심 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장인화 회장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취임 100일차를 맞은 그의 역할과 기대 요인, 풀어야 할 과제를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명실상부 국내 굴지의 대기업 포스코를 이끄는 장인화 회장이 등판한 지 반 년도 안 돼 여러 고비에 봉착했다. 취임과 동시에 시가총액 200조원을 목표로 소재 분야 최고의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 도약을 선언했지만 거대한 포부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주력 사업으로 지목한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의 실적 부진 속 노사 갈등까지 겹친 게 문제다. 장 회장이 3년 임기를 무리 없이 완주할 지는 노조 및 시민단체와 화합에 달렸단 평가도 나온다.
앞서 최정우 전 회장 역시 임기 동안 지주사 출범과 이차전지 신사업 확장 등 굵직한 성과를 냈지만 지주사 이전 문제로 포항 시민단체와 갈등이 깊었다. 퇴출 촉구만 2년 넘게 이어졌다
이런 까닭에 장 회장이 본업 수익성 회복과 미래 사업 강화 등 회사의 성장에 집중하려면 내홍 극복이 먼저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장 회장도 노조와 우호적 관계 형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취임 이후 첫 행선지로 찾은 곳도 포스코 노조와 직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 사무실이다.
당시 그는 “신뢰를 바탕으로 선진 노사문화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며 노조 관계자들에 당부했다.
■ 실적 부진속 임단협 장기화 조짐..통상임금 소송 7000여명 참여
노사 간 긴장감은 올 하반기 들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노조가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최근 임시 대의원회를 열고 최종 요구안을 확정해 사측에 전달했다. 요구안에 ▲임금 8.3% 인상(자연상승분 제외) ▲격려금 300% ▲자사주 25주 ▲의료비 본인+가족 합산 연간 1억 한도(5만원 초과분 100%) ▲학자금 자녀 수 금액 한도 폐지 ▲만 61세 정년퇴직 및 퇴직 조합원 대상자 재채용 100% 등 내용을 담았다.
불황 여파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번 임단협은 기나긴 줄다리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24차례 교섭을 거쳐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까지 진행했다. 당시 극적으로 도출한 잠정합의안은 50.91%의 찬성표를 얻어 겨우 통과됐다.
임금교섭과 별개로 통상임금을 두고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19일 법원에 통상임금 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통상임금에 정비기술장려금과 교대업무몰입장려금, 자기설계지원금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송에 참여한 조합원은 7000명에 달한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올 4월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전 직원에 동일한 금원을 지급하겠다고 명시했다.
최근에는 포스코 법무실의 의견을 빌려 사내 온라인망에 “법원 확정 판결 결과에 따라 회사가 전 직원들에 동일한 결과를 적용할 시 업무상 배임 등 법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소송 미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노조의 결속력을 와해시키려는 사측의 시도로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장 회장이 최 전 회장 시절과 비교해 직원 소통에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난제인 노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주목된다.
■ 핵심 사업 철강·이차전지 소재 암흑기..영업익 하락세 지속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장 회장이 짊어진 짐이다. 오는 2030년 매출 2배, 영업익 4배 확대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당분간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핵심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모두 암흑기를 걷고 있다.
포스코의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작년 기준 2조5570억원으로 2021년 8조4400억원에서 2년 만에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건설 경기 둔화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겹친 탓이다.
철강업 불황 속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반등을 엿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포스코퓨처엠의 지난해 영업익은 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급감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61.4%로 전년 말보다 18.8%포인트 확대됐다.
설상가상 건설업도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올 1분기 영업익은 3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 줄었다. 주택 사업 원가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해외 수주가 급감해서다.
때문에 올 상반기 실적은 암울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포스코홀딩스가 이 기간 영업익 1조28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3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 중국의 경기 부양책 강화 움직임이 보이지만 철강 수요 회복까지 이를 것이란 기대감은 아직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수요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를 지속하고 있고 관련 투자자금 소요로 차입 부담이 증가했다”며 “중단기 투자부담이 약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확대된 재무부담이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본원경쟁력 재건을 위해 전사 차원의 노력을 펼치는 동시에 경영진부터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솔선수범하고 있다”며 “(임단협에 대해서는) 경영환경과 직원 복리 증진 등 다양한 시각에서 교섭요구안을 면밀히 검토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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