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5대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금리 인하를 일제히 단행했다. 그간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확대해 온 은행권은 수익성 하락에 직면하게 됐다.
5대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일제히 단행했다.(자료=연합뉴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혼합형)의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주택구입자금·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금융채 5년·10년물 지표금리 상품 한정) 금리를 0.1%포인트씩 내린다. 같은 날 신용대출 상품 7종의 금리도 우대금리 신설을 통해 0.1~0.2%포인트 하향 조정한다.
앞서 NH농협은행은 6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3%포인트 내렸다. 주기형 상품(신규·대환)은 0.20%포인트, 변동형 상품은 0.30%포인트 각각 낮췄다. 비대면 개인신용대출은 0.30~0.4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8%포인트 낮췄다. 가산금리 조정은 아니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분을 대출 금리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지난달 25일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가정 먼저 대출 금리를 낮춘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하루 뒤인 지난달 26일 기준인하를 발표했다. 지난달 28일부터 5년 변동(주기형) 주담대를 신규 신청하는 경우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이다. 이달 초부터는 ‘우리원(WON)갈아타기 직장인대출’ 금리도 0.20%포인트 내렸다.
이들 은행은 이번 금리인하의 이유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객들의 금융비용 절감을 들었다.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 시그널을 보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라는 게 기본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면서 “시차가 존재하고 작년에는 가계부채 관리라는 부분도 있었지만 올해 들어와서는 시간도 지났고 이제는 좀 반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명분으로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던 은행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지난해 하반기 한은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5대 은행은 지난해 연간 총 41조3878억원의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뒀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인하 속도 차이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대출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관련해 은행권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명분으로 들었지만 수익성 방어도 어느 정도 감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출 금리를 내리면 은행 수익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이익 감소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순이자마진(NIM) 관리도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를 계기로 비이자이익 확대 움직임이 더욱 절실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신사업 진출과 제휴 사업 확대, 연금·자산관리 등 비이자이익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상생금융 확대와 가계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며 은행들의 스텝이 다소 꼬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돌입하며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쓸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