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가격 인상 수순..라면업계 3사, 2분기 영업이익 모두 하락

김제영 기자 승인 2021.08.18 15:10 의견 0
농심은 지난 16일부터 주요 라면 출고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자료=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라면 3사가 나란히 올해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라면 원재료 가격 상승과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저 효과로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 3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하락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2%, -31.6%, -51.7%를 기록했다.

3사 중 오뚜기는 유일하게 매출이 상승했다. 오뚜기의 올해 2분기 매출은 66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361억원을 기록했다. 라면 등 면제품 매출은 떨어졌으나 양념소스와 유지류 매출이 오른 영향이다. 다만 대두유와 팜유 매입단가가 55%와 65% 올라 영업이익은 개선하지 못했다.

농심과 삼양식품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라면 비중이 큰 만큼 타격도 컸다. 농심은 올해 2분기 매출이 3% 떨어진 6479억원과 영업이익 172억원을 기록했다. 농심 역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의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소맥과 팜유 가격이 지난해 대비 23%와 62% 올랐다.

삼양식품은 라면 3사 중 라면 매출 비중이 약 96%에 달하는 라면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다. 삼양식품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5% 하락한 1475억원과 영업이익 142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원재료 가격 부담뿐 아니라 타사 대비 해외 수출 비중이 큰 만큼 해상 운임비와 환율에도 영향을 받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해서 삼양식품 매출은 50%가량이 해외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데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환율이 떨어지고 수출 해상운임 판관비 등이 올라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앞서 증권가에서 예고했던 대로 라면업계는 이달부터 주요 라면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증권가는 올해 원자재 가격 부담에 따라 라면 가격 인상이 임박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오뚜기를 시작으로 농심에 이어 삼양식품, 팔도까지 잇따라 라면 가격 인상 릴레이에 합류했다.

올해 상반기 라면업계 실적 하락세는 원자재 부담과 함께 지난해 코로나 특수로 인한 역기저 효과도 작용했다. 지난해 코로나 재난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 전반적인 라면 수요가 늘어 라면 3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이 코로나 특수 이전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2019년에 비해서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는 특히 라면 사재기 수요 등으로 코로나 특수 영향을 크게 받아 올해 실적이 다소 안 좋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작년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특수가 줄어든 데다 가격 인상 영향으로 3분기부터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실적이 불투명했던 라면업계가 가격 인상으로 탄력을 받자 증권가는 내년 실적 추정치 상향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라면업계의 판가 인상이 관련 식음료업체 가격 인상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라면업계 전체가 오뚜기의 가격 인상 영향을 받아 라면 가격이 모두 올렸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박상준 애널리스트는 “간편식업체들은 가장 저렴한 간편식이자 식사인 라면 가격 인상으로 가격 전략에서 움직임의 폭이 넓어졌다”며 “라면과 같이 전분당·밀가루·유지·설탕 4대 소재식품을 사용하는 가공식품과 외식업체들 역시 원재료 부담이 커진 만큼 식품업계 전반적인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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