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 의지 꺾나..'피의자 전환' 치명타

이틀간 고강도 검찰 압수수색..조 행장 피의자 명시
책임론에도 연임 의지 보였지만 피의자 신분 치명적
“연임 시 불확실성 확대”..조만간 후보 명단 나올 듯

윤성균 기자 승인 2024.11.20 10:34 의견 0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전임 회장 관련 부당대출 논란에도 연임 의지를 피력했던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며 치명타를 입었다. 이번 주 지주 이사회를 앞두고 거취를 표명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18일과 19일 이틀 연속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고강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은행 본점에 있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은행장 사무실과 대출 관련 부서 등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9월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자료=연합뉴스)

그간 참고인 신분이던 조 행장은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 피의자로 명시됐다. 검찰은 조 행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12조 2항에서는 금융회사의 장은 임직원의 횡령·배임 등 특경법 위반 정황을 알았을 때 지체없이 수사기관에 알려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올해 1~3월 자체 감사과정에서 영업본부장과 차주의 위법행위를 알고서도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온 직후인 지난 8월 9일에서야 수시기관에 관련자를 고소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1월 자체감사를 실시하기 이전인 지난해 4분기 중 부적정 대출 중 상당수를 이미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해당 시점이나 적어도 올 4월 이전에는 보고 의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입장 자료를 내고 “그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검찰에 신속하게 제공하는 등 검찰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검찰 수사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조 행장의 연임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9월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가동하고 우리은행을 비롯한 자회사 7곳의 최고경영자(CEO) 인선을 논의 중이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차기 행장 후보를 비롯해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 행장은 부당대출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그간 거취를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조 행장 본인의 연임 의지가 강력하다고 보고 있다. 자추위 가동 이후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연임 의지를 피력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자추위도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과 1차 후보군 명단을 조기에 발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비공개로 후보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 행장의 연임 의지가 강력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에서 조 행장이 기존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의 강도가 상당히 높았는데 그만큼 검찰의 수사 의지가 강력한 것”이라며 “연임을 고수하기는 향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 예정된 우리금융 정기이사회에서 조 행장 거취를 비롯해 차기 행장 후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정기이사회 안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면서도 “11월 말까지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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