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홍콩ELS 여파에 금소법 ‘약발’ 끝..은행 민원 급증
지난해 4분기 5대 은행 민원 건수 340건..전년 대비 39.3%↑
금소법 이후 민원 줄었는데..고금리·홍콩ELS로 증가세 전환
지난해 금감원 민원분쟁 제기 1169건..올 들어 3000건 돌파
“중도금대출·홍콩ELS 관련 민원 늘어..원만히 해결할 것”
윤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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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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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감소세를 이어가던 은행권의 민원 건수가 지난해 4분기 대폭 늘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대출 관련 민원이 늘어난 데다가 수조원 손실을 앞둔 홍콩H지수 주가 연계증권(ELS) 관련 민원이 대거 몰린 탓이다.
6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민원건수는 1020건으로 전년(1126건) 대비 9.4% 감소했다. 하지만 4분기 민원건수만 놓고 보면 340건으로 전년 동기(244건) 대비 39.3%나 늘었다.
은행권 민원은 지난해 1분기 234건(전년 대비 30.1%↓), 2분기 218건(25.9%↓), 3분기 228건(9.2%↓)으로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다수의 판매규제가 도입됐고 은행권의 완전판매 노력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다만 4분기 들어 민원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대출 관련 민원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분기 대비 민원건수가 2배 넘게 증가한 국민은행의 경우 여신 부문에서만 민원이 18건에서 43건으로 크게 늘었다. 우리은행 23건→32건, 신한은행 15건→27건, 하나은행 16건→20건, 농협은행 12건→14건 등으로 여신 부문 민원 증가가 두드러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분기 집단대출 관련해서 민원 제기가 있었는데 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책정한 아파트 중도금대출의 가산금리가 다른 사업장보다 높게 책정됐다며 금리 조정을 요청하는 민원이 다수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4분기 은행별 민원건수 공시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홍콩ELS 관련 민원분쟁 건수도 급증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을 통한 5대 시중은행의 민원분쟁 건수는 총 1169건(중복 신청 제외)이었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이 514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농협은행 397건, 신한은행 199건, 하나은행 42건, 우리은행 17건 순이다.
금감원을 통한 민원분쟁 건수는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총 222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민원분쟁이 대거 발생했다는 의미다. 이는 올해 들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홍콩 ELS 사태와 연관이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 ELS의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으로 이 중 10조2000억원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다. 대부분이 H지수가 고점을 찍었던 2021년 이후 발행된 상품으로 원금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한 규모는 6조8000억원, 이 중 5조9000억원이 올 상반기 중 만기를 앞뒀다. 올 들어 이미 손실이 확정된 금액만 3000억원이다.
홍콩 ELS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에 따른 원금 전액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금감원 민원 제기 방법을 공유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다. 해를 넘기며 홍콩 ELS 관련 민원이 더욱 늘면서 지난 2일까지 접수된 민원 신청 건수는 3000건에 육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관련 민원이 크게 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데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원만히 해결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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