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0조 중고차 시장' 현대차와 '상생' 쉬울리 만무하다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3.25 16:24 의견 0
이정화 산업부 기자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황금알 낳는' 중고차 시장이 현대차의 등장으로 거대한 전환기를 맞았다. 소비자들은 그간 '불량·미끼 매물'을 속여 파는 일부 중고차 업체의 행태가 대기업의 진출로 씻겨나가길 희망한다. 이 와중에 30만 종사자들은 '생존권'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간다. 여기서 '상생'은 이 모든 기대와 우려를 안정화 하는 필수 키워드로 지목되지만 쉬울 리 만무하다.

현대차는 '점유율을 제한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상생이 될 줄 아는 모양이다. 기존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동반성장'이라는 대기업의 달콤한 회유 역시 국내 중고차 시장 활기를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앞길을 막는 조치라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25일 중고자동차매매업 단체에 따르면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전날(24일)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저지 및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앞서 정부가 기존 중고차 업체들의 매출 규모가 비교적 크고 소상공인 비중이 작다는 이유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족쇄를 푼 지 일주일 만이다.

기존 종사자들의 반발은 '(현대차 등) 대기업이 신차를 팔면서 상품성 좋은 중고차를 모두 매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우려로 강도를 더해간다. 이들은 정부의 결정대로 대기업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들어서면 자동차 관리 사업자 등록증을 반납하고 중고차 경매에 불참하는 등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기업이 신차와 중고차 '두 마리 토끼'를 홀로 안는 체제에 대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다만 소비자들의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둔 긍정 여론이 강해지는 점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 기존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방대한 데이터를 독점 활용하더라도 '시장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큰 데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오래 전부터 인심(人心)을 잃고 있는 중고차 시장 역시 그간의 행태를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단 뜻이기도 하다.

이미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는 상생의 마음이 없는 기존 종사자들과 '중고차 동행'이 예고됐다. 정부의 '대기업 진출' 허용이 자칫 그들의 '시장 장악'을 허락한 결정이라는 기존 종사자들의 편견을 깨는 일이 새로 열릴 '중고차 시대'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됐다.

정부가 시장 개척자와 거대한 후발 주자의 상생을 내다봤다면 소비자 역시 '기존 매매업자의 허위 매물이 없고, 대기업도 알짜 매물을 끌어모아 차 값을 올리지 않는' 중고차 시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업계 한 전문가는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이 자칫 대규모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어 정부와 관계부처도 계속해서 양 측의 입장을 반영해 제도적인 손질을 이어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인증된 차량을 정상적인 가격에 구매하고픈 소비자 요구의 실현은 기존 업체와 더불어 완성차 업체 역시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30조원을 웃돌 만큼 성장했다. 이쯤되면 오랜 숙원을 해소한 현대차의 의지를 꺾기는 어렵다. 지금 이 시간에도 중고차 시장을 향한 양 측의 고군분투는 멈추지 않고 있다. 부디 '한 쪽의 장악'이나 '무한 신경전'이 아닌 진정한 상생을 향한 노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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