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국 윤성균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오랜 진통 끝에 ‘은행대리업’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은행권의 점포 폐쇄로 낮아진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은행업무 위탁 활성화 방안으로 은행대리업 도입 계획을 밝혔다. 연내 은행대리업 개념, 규제 등을 정한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빠른 도입을 위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통한 시범운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또는 은행이 최대주주인 법인, 우체국 등에 우선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금융위에서 은행대리업 도입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 7월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은행 점포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던 시기였다. 당시 금융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방향’을 통해 은행대리업으로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유지 방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2022년 1월에는 우정사업본부, 은행연합회, 4대 은행이 참여하는 ‘시중은행-우체국 업무제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그 또한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우체국의 은행대리업 도입을 공식 제안하고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정부의 전향적인 검토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그제야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은행대리업 도입이 늦어진 것은 은행과 우체국간, 은행과 은행간 위탁 업무범위 등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은행대리업의 특성상 대리점의 업무 결과와 책임을 은행이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리점에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기·횡령 등 금융사고 발생 시 은행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공동 대리점 등 은행 간 대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시중은행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공동 대리점을 개설할 유인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시범 운영 차원에서 도입된 공동 점포의 경우도 하나·우리은행이 경기 용인에서, 국민·신한은행이 경기 양주·경북 영주에서 각각 개설하는 수준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이번 은행대리업 도입을 발표하면서 위수탁 계약시 업무범위를 당사자 간에 자율적으로 협의·확정하도록 길을 열어뒀다. 은행대리점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앞으로 은행과 은행, 은행과 대리업자간 협의에 달렸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에서는 은행대리점이 ‘오프라인 오픈뱅킹’ 또는 ‘오프라인 비교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한 은행대리점에서 여러 은행의 상품을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
오픈뱅킹과 금융상품 비교 플랫폼도 도입 당시에는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은행권 혁신 금융 서비스 확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은행대리업 도입 시 운영비용 절감과 대면 채널 확대로 인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 등 장점이 적지 않다. 은행대리업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 은행권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