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랩 김경수 대표

밈코인은 본래 장난처럼 시작됐다. 인터넷 밈에서 출발해 재미 요소로 기능했던 이 코인들이 이제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도지코인과 시바이누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여전히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시바이누 역시 상위 20위 안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빠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밈코인으로 몰리는 탓이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전통 금융 상품이 기대만큼의 수익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은 금액으로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도지코인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1조6248억원, 시바이누는 약 3032억원에 달한다. 도지코인은 2013년 장난스럽게 시작됐지만 현재 시가총액 76조 원에 이르렀다. 시바이누 역시 2020년 등장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시가총액 19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밈코인이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놀라운 점은 밈코인 전체 시장의 시가총액이 152조 원에 달해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다. 동물 캐릭터와 인터넷 인기 밈을 소재로 한 코인이 거대한 금융 자산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인기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힘들다. 밈코인은 커뮤니티의 힘과 온라인 트렌드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한순간에 폭등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폭락할 가능성도 크다. 특정 인물의 트윗이나 밈의 인기가 사라지면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도 많다.

밈코인의 인기는 정치인과 기업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트럼프코인이 출시되며 정치적 브랜드와 크립토 시장이 결합된 모습이 연출됐다. 트럼프 코인은 출시 직후 가격이 폭등하며 시가총액이 140억 달러를 넘었다. 단순한 유머 상품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을 띠는 커뮤니티 기반 코인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멜라니아 트럼프 전 영부인 역시 밈코인을 활용했다. 멜라니아코인을 출시하며 크립토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코인들은 정치적 지지층과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도 빠질 수 없다.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직접 언급하며 시장을 흔들어온 인물이다.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도지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격이 출렁였다.

이처럼 밈코인은 트위터 한 줄, 혹은 유명 인사의 발언 하나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시장이 됐다.

과거에도 금융 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투자 상품이 존재했다. 17세기 튤립 광풍, 2000년대 닷컴 버블처럼 특정 자산에 대한 투기적 과열이 반복됐다. 밈코인 시장도 이와 유사한 성격을 보이고 있다.

밈코인은 지금 당장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트렌드가 바뀌면 언제든 대부분의 밈코인이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특정 커뮤니티가 밈코인을 지탱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투자 심리가 사라지면 가격이 유지되기 어렵다. 실제로 과거 인기 있었던 수많은 밈코인들이 빠르게 잊혀지고, 가치가 99% 이상 폭락한 사례도 많다.

과거 글로벌 1위 마진거래소였던 비트멕스와 업비트 초창기 파트너였던 캐나다의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비트렉스의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비트멕스는 한때 선물 및 마진거래 시장을 장악했으나 규제 압박과 시장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급격히 쇠퇴했다. 반면 비트렉스는 초기 암호화폐 거래소 붐을 주도했지만 규제 환경 변화와 운영상의 문제로 결국 시장에서 도태됐다.

NFT 시장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2021년 NFT 붐이 일었을 때 수많은 프로젝트가 등장하며 투자 열기가 달아올랐다. 2023년에는 많은 NFT 프로젝트가 가치가 폭락하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과거 시장을 주도했던 NFT 프로젝트들 중 상당수는 더 이상 거래조차 되지 않는 상태이며, 밈코인 역시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금에서 종이화폐로, 종이화폐에서 디지털 화폐로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밈코인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의 일부가 되고 있지만, 결코 지속 가능한 자산이라고 보기 힘들다. 밈코인의 인기와 높은 변동성은 투자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지 못하면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비트멕스와 비트렉스처럼, NFT 시장처럼, 밈코인도 트렌드가 변화하면 상당수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가치에 대해서 신뢰를 하게 된 후에는 사라지기 힘들겠지만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고 커뮤니티는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게 돼있다.

밈코인이 뜨겁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들 것이 아니라 이 시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