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박진희 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의 600억원 급전 대출에 보증을 선다. 지달달 수백억원 증여에 이은 후속 조치이며 추후 사재 출연 또한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김 회장이 3조원 가량의 사재출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자료=MBK파트너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 큐리어스파트너스로부터 DIP 파이낸싱 방식으로 6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DIP 파이낸싱은 일종의 구제 금융으로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에 자금 대출을 해준다.
이번 자금 대출은 김 회장이 지급보증을 함으로써 이루어졌다. 홈플러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김 회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형태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미지급된 소상공인 결제대금을 정산할 예정이다.
앞서 김회장은 약 500억원 안팎의 사재를 출연해 2000여 곳의 결제 대금을 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권 “김병주 회장 3조 사재출연해야 피해보상 가능”
김 회장의 사재출연과 대출금 지급 보증에도 정치권에서는 보다 강력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이미 알고 기업회생을 신청한 탓에 피해가 확산됐다는 이유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긴급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습적인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김 회장은 홈플러스에 1조 원을 투자하고 2조 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 국회 힘뿐 아니라 피해자들과 함께 경찰, 검찰, 국세청이 모두 나서서 100% 피해 보상을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MBK의 차입매수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과 토론이 이루어졌다. 특히 마트노조 최철한 국장은 “MBK가 차입금을 갚기 위해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매각했다”고 언급했다.
최 국장은 “MBK 인수 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출된 이자 비용은 약 2조 9329억 원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 합계액(4713억 원)보다 2조 5000억 원 많다”면서 “홈플러스 영업이익이 모두 MBK 이자 비용으로 지급됐고, 그것도 모자라 자산을 팔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패널들은 사모펀드의 차입매수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사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미국에선 인수 대상 기업 이사들이 충실의무 관점에서 차입매수 남용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고 있다”면서 “사모펀드에 충성해 해당 기업 자산을 인수 자금의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충실의무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사모펀드가 지배하는 차입매수 남용에 대해서 일정한 금융감독 차원의 규제를 실행하고 있다”며 “사모펀드 차입매수 남용을 둘러싼 규제를 자본시장법에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마트노조는 김병주 회장이 3조원 가량 사재출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 홈플러스, 인수금융 이자로 인한 대규모 적자는 “사실무근” 반박
이날 토론회 이후 홈플러스는 관련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는 “주주사(MBK파트너스) 인수 전인 2015년 2월 말 기준 홈플러스는 이미 장단기 차입금 1조6177억원과 운전자금성 부채 2조1548억원 등 약 3조7725억원의 기존 부채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수 당시 홈플러스의 기존 부채를 제외한 인수 관련 순수 차입금은 2조8350억원이며 이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분은 약 1100억원이다. 인수 당시 홈플러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약 8000억원인 것을 고려할 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지급한 금액은 우선주에 대한 배당금으로 이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는 MBK차트너스가 인수금융 상환을 위해 매장을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S&LB)으로 전환하면서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총 68개 임대 매장 중 주주사 인수 후에 임대매장으로 전환된 매장은 14개 뿐”이라면서 “대다수의 임대매장은 주주사 인수 전 대형마트 호황기에 계약된 매장들”이라고 언급했다.
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후 약 1만명의 인력을 줄였다는 마트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홈플러스는 “타 유통사들이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수차례에 걸쳐 인위적 구조조정을 시행해왔으나 홈플러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한 적이 없다”면서 “총 직원 수가 감소한 것은 고객 구매 채널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오프라인 마트 매출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운영인원이 줄어든 것이다. 대형마트 3사 중 홈플러스는 감소 규모가 가장 작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