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현의 메모리 반추] 비와 눈

백창현 승인 2025.01.27 07:00 의견 0

지구에는 물이 있고, 비와 눈이 있다. 공전과 자전을 통해 지구는 표면의 75% 정도를 차지하는 물을 품고, 그 물의 대부분 바다가 97%를 차지하며, 지구의 물은 수증기, 비, 눈 등을 통해 날씨 변화와 함께 순환한다. 이 또한 기후의 변화와 상황에 따라 바뀌고 있다.

물의 한 형태인 비와 눈은 어떻게 다른가? 계속 순환하는 물은 증발을 통해 대기에 수증기를 만들고, 수증기가 뭉쳐 0.2mm 이상이 되면 물방울이 되어 지상으로 떨어지면 비가 된다. 물론 그보다 작은 것들은 내리다 다시 증기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과학적으로 더 어려운 빙정설과 병합설로 설명된다.

일반적으로는 구름이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가 만들어져 지상으로 내리다 녹으면 비가 되고, 얼음 알갱이가 점차 커지고 무거워져 지표면으로 내리면 눈이라 한다. 물론 안개와 우박 등 기후와 환경에 따라 또 다른 많은 형태도 있다.

이러한 물과 수증기를 통해 만들어진 비와 눈은 우리에게 다양한 상황과 의미를 주며, 나는 비와 눈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느끼며 즐기고 있다.

계절로는 겨울을 좋아하지만, 눈보다 비를 좋아한다. 눈은 어지럽고 더러운 것들을 덮어만 놓고 녹으면 질척하게 다시 드러내지만, 비는 지저분한 세상을 깨끗이 씻어주고 그 뒤에 오는 태양과 함께 쨍하게 말라버리기에 좋아한다. 그러나 많은 비는 형태도 없게 쓸어버리고 지형까지도 바꾸기에 가끔 두렵기도 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비 오는 날엔 비소리와 별반 차이 없는 전 굽는 소리와 고소함을 함께 주신 추억이 있다. 아마도 비가 오는 날에 전을 굽는 이유는 농경 국가였던 과거에 비가 오면 바쁜 농번기에도 농사 일이 잠시 쉬어갈 수 있었고, 좋아하던 술도 함께 마실 수 있어 그랬던 것 같다. 처마를 타고 내리는 비 소리와 지글지글 소리에 구워지는 전을 호호 불어가며 뜯어먹던 그 고소한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물론 한잔 술을 곁들이던 그 시절 어른들은 더더욱 좋았을 것이다.

어른들은 비 오는 날 한 잔의 술은 긴 태양의 뜨거움 속에 지친 나날의 멋진 휴식이었으며, 먹거리의 다양성과 과자도 많지 않던 그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간식이고 맛난 특식으로 제공되는 날이었기에 비가 와도 좋았었든 것 같다. 나도 그 때는 어렸을 때이고..

그리고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이 많았던 나는 겨울이 그나마 좋았고, 방학이 길어서 친구들과 놀기 좋았던 그 계절이 좋았다. 그 계절에 눈이 내리는 날이면 세상이 온통 하얗게 바뀌는 모습에 모두들 기분도 달라졌고 특별한 의미를 가진 추억도 많았던 것 같다. 바둑이 마저도 뛰쳐나가 하얀 세상을 즐겼음에 눈 오는 날은 특별했다. 물론 눈이 내리면 미끄러운 길을 싸리 빗자루로 쓸고 치워야 하고, 따뜻해져 녹으면 질척해 지고 지저분함이 드러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눈은 여러가지 기쁨과 설렘을 동반했다. 첫눈이 내리는 반가운 날이면 잊혀진 먼 약속을 떠올려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 눈이 쌓인 들판을 처음으로 밟아 어디에서 이룰 수 없는 첫 발자국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눈싸움과 눈사람 만들기의 즐거움이 있고, 꽃이 없는 차가운 계절에 만물을 덮고 하얀 눈꽃을 피워 아름다움도 전해줬다.

비는 비대로 눈은 눈대로 전해주는 기쁨과 아련한 추억이 있어 좋아했고, 정도를 넘어 발생한 재해의 아픔과 눈비 오는 시간의 고통으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물의 계속적인 순환은 날씨의 변화와 함께 수증기, 비, 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햇살 밝은 오늘, 또 다른 의미를 전해줄 비가 오기를 눈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여전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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