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1/커피] “가심비거나 가성비거나”..코로나가 바꾼 커피시장 지형도

김제영 기자 승인 2021.12.30 11:00 의견 1
스타벅스 [자료=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식후 커피가 일상이 된 요즘이다. 점심시간이면 카페는 입가심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국인이 일주일 동안 마시는 커피양은 무려 평균 9잔이다.

커피를 마시는 수요는 여전하지만 코로나 이후 커피시장 지형도는 바뀌고 있다. 매장에 머무는 대신 테이크아웃, 브랜드 값보단 가성비 추구에 따라 커피전문점의 희비가 엇갈렸다.

■ 코로나가 불러온 커피전문점의 ‘눈물’..대체로 이익 하락세·적자전환

지난해 커피전문점 브랜드별 영업이익 [자료=공시]

유명 커피전문점은 많지만 유망 브랜드는 적다. 지난해 기준 일부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 브랜드의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 전환했다. 할리스커피와 폴바셋은 영업이익이 각각 76%와 83% 줄었다. 커피빈과 탐앤탐스는 적자전환, 카페베네는 2019년에 이어 지난해도 적자다.

지난해 상위 커피 브랜드 매출과 영업이익 (단위:억원) [자료=공시]

거리두기 여파는 스타벅스도 피하지 못했다. 큰 폭은 아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 줄었다. 물론 독보적인 1위인 점은 부동적이다. 이디야도 2019년 194억원에서 27% 줄어 지난해 영업이익 140억원을 기록했다.

성장은 투썸플레이스와 메가커피가 이뤄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은 투썸이 4%로 소폭, 메가커피는 51% 크게 증가했다. 파스쿠찌와 엔제리너스, 빽다방은 지배회사에서 개별 공시되지 않아 집계가 어렵다.

■ ‘가성비’로 살아남은 저가 커피..‘비대면’ 트렌드에 따른 배달 활성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오픈한 1500번째 매장 면목역점 [자료=메가엠지씨커피]

유명 커피전문점의 악실적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가 거세게 작용했다. 일부 상위 브랜드를 제외한 매장 위주 커피전문점은 대체로 피해가 컸다. 외출과 만남 자체가 줄어 카페에서 다양한 이유로 시간을 때우는 사람들이 사라진 탓이다.

반면 가성비·비대면 중심의 새로운 시장이 성장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프랜차이즈의 확장세와 커피 배달시장의 활성화가 주효하다.

코로나 이후 폭풍 성장한 브랜드는 저가 커피의 대표주자 메가커피다. 메가커피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매장 수가 모두 크게 늘었다. 특히 매장 수는 올해 12월 기준 1600여개로 투썸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커피 프랜차이즈 기준 1위는 이디야 3000여개, 3위 투썸은 1400여개다. 전국 직영점인 스타벅스는 160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메가커피의 인기 비결에 대해 “화려한 비주얼 음료와 테이크아웃이 용이한 인테리어, 가성비 등이 핵심 원동력”이라며 “지난해 연간 약 100% 이상의 성장률과 커피 프랜차이즈 중 가장 낮은 폐점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컴포즈커피 매장 지도 [자료=컴포즈커피 홈페이지]

메가커피 외에도 컴포즈커피·더벤티 등 저가 커피전문점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컴포즈커피는 1200여개, 더벤티는 8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비대면 트렌드에 따른 커피 배달시장 규모도 커졌다. 커피 프랜차이즈 중 최초로 배달을 시작한 브랜드는 이디야다. 일찍 시작한 만큼 성과도 나쁘지 않다. 이디야는 올해 7월 누적 배달건수가 이미 지난해 연간 배달 건수를 넘어섰다. 배달 서비스 가능 매장은 전체 가맹점의 80% 정도로 활성화된 상태다.

이후 지난해와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커피전문점들은 앞 다퉈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스타벅스도 뒤늦게 배달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 자체 앱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 서울에서 경기·인천·부산으로 지역을 넓혀 시범운영 중이다.

■ 흔들림 없는 ‘가심비’의 영역, 1·2위 스타벅스와 투썸..이디야는 ‘주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자료=각 사]

커피시장 지형도가 변해도 상위 브랜드 1·2위인 스타벅스와 투썸은 건재하다. 스타벅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원을 넘겨 연간 매출 2조원 돌파가 기대된다. 투썸은 최근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았다.

스타벅스와 투썸의 생존 비결은 만족을 위한 소비 즉 ‘가심비’라는 평가다. 스타벅스는 충성고객이 상당하다. 굿즈·프리퀀시 등 활발한 마케팅 덕에 커피 외 매출이 높은 편이다. 투썸은 디저트가 강하다. 처음 투썸을 만든 CJ푸드빌은 브랜드 출범 당시 프리미엄 디저트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케이크가 꽤 유명하다. 디저트 덕에 객단가는 덩달아 높아졌다.

반면 이디야는 브랜드 입지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디야보다 더 저렴한 저가 커피가 우후죽순 생기자 더 이상 저가도 그렇다고 프리미엄도 아닌 중간에 끼인 신세가 됐다. 폐점률도 증가 추세다. 이디야는 지난해 그동안 유지해온 1%대 폐점률이 깨진 2.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사한 경쟁사 폐점률은 메가커피 0.7%, 빽다방 1.8%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서비스 이용수요가 늘고 있다. 배달이나 온라인 사전결제, 드라이브스루 등 매장 방문 외 카페 이용형태가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내년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면 고객의 니즈에 맞춰 기존 매장 위주 커피전문점들이 각자 방식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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